읽고본느낌

수도자에게 보낸 편지

샌. 2005. 6. 4. 10:38

‘수도자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소로우의 향기를 다시 맡는다.

소로우의 글은 탁한 세상에서 머리를 맑게 해주는 청량한 솔바람이다. 삶에 지치고 답답할 때 그의 글을 읽으면 새로운 생기가 돋는다. 그의 글은 살아있다. 내용을 떠나 아름다운 영혼의 옆에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행복하다.


1847년 소로우의 나이 30세 때 그는 월든 호수에서의 오두막 실험 생활을 마치고 콩코드로 돌아온다. 그 1년 뒤부터 블레이크라는 친구와 13 년에 걸쳐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소로우가 블레이크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것이 이 책이다.

블레이크가 세속적인 삶에 환멸을 느끼고 영적으로 굶주려 있을 때 더 진실하고 더 순수한 삶의 방법을 묻는 편지를 소로우에게 부치면서 두 사람의 편지는 시작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진리를 향한 소로우의 열정과 순수함이다.

그가 일생을 통해 추구하고 원한 것은 세속적 사랑도 물질도 명예도 아닌 오직 진리에의 길이었다.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인간이 가진 순수한 자연성을 잃어버리는 것을 소로우는 가장 혐오했다.

그래서 소로우의 정신은 순종이 아니라 반항이며, 체제의 모순에 저항하는 것이다. 그는 문명과 그 안에서 영악해진 문명인에 대해서는 더욱 비판적이었다.


단순하게, 독립적으로, 건강하게 삶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소로우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은 소유 지향적이 아니라 존재 중심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길을 가라’고 그는 외친다. 사회의 목소리를 좇아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로 분별없이 큰 길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오솔길을 발견하라고 권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세속적인 일과 성공이 아니라 ‘느릿느릿 걷는 자가 되어 날마다 최소한 한두 시간은 야외에서 보내는 것,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는 것, 바람 속에 들어있는 소식을 귀 기울여 듣고 언어로 표현하는 것, 언덕이나 나무에 올라 눈보라와 폭풍우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소로우가 현실을 망각한 이상주의자는 아니었다. 최소한의 노동으로도 얼마나 인간이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실제 삶으로 실험하고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월든 호수에서의 2년 동안의 생활이 그런 것이었다.

소로우는 책상 앞에만 앉아서 허황된 관념을 논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적극적이며 진지하게 살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결코 삶의 도피자가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진리를 향한 열정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인간을 얽매는 사회 체제나 관습, 이데올로기, 기존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냉철한 분별력과 용기 또한 필요함을 배웠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곱게 봐주지 않는다. 그들은 어쩌면 이 사회의 부적응자로 불려질지 모른다.


소로우의 편지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150년 전에 친구에게 준 충고지만, 지금 이곳의 나에게 주는 충고로 또한 받아들이고 싶다.

‘자신이 믿는 올바른 삶을 추구하고, 그것에 다가설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십시오. 마치 개가 자신의 주인을 따르듯,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십시오.

너무 도덕적이 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면 삶의 많은 부분에서 자신을 속이게 될 것입니다. 도덕적인 것 이상의 목표를 가지십시오. 그저 좋은 사람이 되지는 마십시오.

당신과 빛 사이를 그 무엇도 가로막게 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을 형제로서만 존중하십시오. 천상의 도시를 방문할 때는 누구의 소개 편지도 필요 없습니다. 문을 두드리며 곧장 신을 만나기를 청하십시오. 어떤 경우에도 당신 곁에 동행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이 세상에 홀로임을 기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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