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13]

샌. 2012. 7. 20. 13:57

송나라에 조상이란 자가

송왕을 위해 진나라에 사자로 갔다.

왕진을 가면 여러 대의 마차를 얻는데

진나라 왕에게 유세하고는 백 대의 마차를 더 얻었다.

송나라로 돌아와 장자를 만나서 말했다.

"대저 선생처럼 궁벽한 마을의 좁은 골목에서

곤궁하게 신발을 깁고

마른 목덜미에 누렇게 뜬 얼굴을 하는 짓은

저로서는 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만승의 군주를 한 번 깨우쳐주고

백 대의 수레를 따르게 하는 것이 장기입니다."

장자가 말했다.

"진나라 왕은 병이 나면 의사를 부르는데

종기를 째고 고름을 빠는 자는 마차 한 대를 얻을 수 있고

치질을 핥으면 다섯 대의 마차를 얻는다고 한다.

그리고 치료하는 곳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얻는 마차도 많아진다고 한다.

그대도 치질을 빨았는가?

어찌 얻는 마차가 많은가?

당장 꺼져버리게!"

 

宋人有曹商者

爲宋王使秦

其往也 得車數乘

王說之 益車百乘

反於宋 見莊子曰

夫處窮閭애巷

困窘織?

枯項黃괵

商之所短也

一悟萬乘之主

而從車百乘者 商之所長也

莊子曰

秦王有病召醫

破옹潰좌者 得車一乘

지痔者 得車五乘

所治愈下

得車愈多

子豈治其痔邪

何得車之多也

子行矣

 

- 列禦寇 3

 

 

<장자>에 나오는 일화 중에서도 가장 통쾌하다. 장자를 찾아가서 자신이 얻은 권세를 뽐내려던 조상은 되려 장자에게서 조롱과 비난을 받고 물러난다. 권력에 빌붙어 부귀영화를 누리는 행위를 군주의 똥구멍을 빠는 짓으로 묘사했다.

 

조상의 말을 통해 장자가 어떻게 살았는지 엿볼 수 있다. 장자는 가난한 시골 마을의 후미진 곳에서 신발을 기우는 일로 생계를 꾸리며 가난하게 살았다.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은 말랐고, 얼굴은 누렇게 떴다. 그러나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드높은 정신의 세계에서는 대자유인이었다. 장자는 부와 권력을 경멸했다. 어쩌면 장자는 부와 권력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인간의 비열함을 보고 환멸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조상을 대하는 장자의 말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세상의 사람들을 조상과 장자로 대표되는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상 무리에 포함될 것이다. 돈과 권력과는 거리가 먼 소시민일지라도 그들이 일상에서 하는 행위와 마음가짐은 조상파에 해당된다. 그 반대편에 장자파가 있다. 장자파에 속하려면 돈과 권력이 찾아와도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장자에게 초나라 왕이 보낸 사자가 찾아와 재상으로 임명하겠다는 왕의 뜻을 전했다. 그때 장자는 낚시를 하고 있었다. 장자는 재상 자리를 한마디로 거절하며 비록 진흙탕일망정 꼬리를 흔들며 자유롭게 사는 거북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길을 택한 것이다. 장자에게 세속적인 명예나 재물은 손톱의 때만도 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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