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15]

샌. 2012. 8. 13. 12:15

어떤 사람이 송왕을 알현하고

수레 열 대를 하사받았다.

그는 유치하게 이를 장자에게 자랑했다.

장자가 말했다.

"황허 위에 가난한 사람이 살았는데

갈대로 발을 짜서 먹고살았다.

그 아들이 연못에 들어갔다가 천금을 구슬을 얻었다.

그 아비가 아들에게 일러 말했다.

'돌을 주워다가 구슬을 부수어버려라!

이 천금의 구슬은

깊은 연못에 사는 검은 용의 턱 밑에 있었는데

네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용이 잠잘 때 만난 때문이다.

만일 네가 용을 깨웠다면

너는 어찌 가루나마 남아 있겠느냐?'

지금 송나라의 깊음은

연못의 깊음으로는 당할 수 없고

송왕의 사나움은

용의 사나움으로도 당할 수 없다.

그대가 열 대의 수레를 얻은 것은

반드시 송왕이 잠들었을 때일 것이다.

만약 그대가 송왕을 깨웠다면

그대는 가루로 부서졌을 것이다."

 

人有見宋王者

賜車十乘

以其十乘驕穉莊子

莊子曰

河上有家貧

恃緯肅而食者

其子沒於淵得千金之珠

其父謂其子曰

取石來鍛之

夫千金之珠

必在九重之淵而驪龍함下

子能得珠者

必遭其睡也

使驪龍而寤

子尙奚微之有哉

今宋國之深

非直九重之淵也

宋王之猛

非直驪龍也

子能得車者

必遭其睡也

使宋王而寤

子爲제粉夫

 

- 列禦寇 5

 

 

<장자> 산목편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장자가 조릉의 울타리를 거닐다가 자신을 스치고 날아가는 부엉이를 보았다. 사마귀를 노리고 날아가느라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 사마귀 역시 매미를 잡으려고 부엉이가 자신을 덮치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장자는 슬퍼하며 이렇게 말한다. "오호! 만물은 본래 서로 얽혀 있어 다른 종류들이 서로 불러들이고 있구나!"

 

복(福) 속에 화(禍)가 들어 있고, 화 속에 복이 들어 있다. 눈 앞의 이(利)를 좇느라 닥쳐오는 화나 위험은 깨닫지 못한다. 복이 도리어 화를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 장자가 예로 든 가난한 사람은 아들이 주워온 천금의 구슬을 돌로 깨어 버리게 했다. 뒤에 닥칠 화를 미리 내다본 것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복이나 행운이 찾아온다고 기뻐할 일만도 아니다. 반대로 화나 불행에 슬퍼할 일도 아니다. 만물은 서로 얽혀 있어 복은 화를 부르고, 화는 복을 부른다. 오늘의 영광이 내일은 비탄의 눈물이 된다. '복되어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으리니.'라는 예수님의 말씀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본다.

 

노자 <도덕경>에도 이런 말이 있다. '禍兮福所倚 福兮禍所伏 孰知其極 其無定' - '화여! 복 속에 기대여 있도다. 복이여! 화 속에 엎드려 있도다. 누가 그 끝을 알 수 있는가. 그것은 정해짐이 없는 것이다.' 복 속에 숨어 있는 화, 화 속에 숨어 있는 복을 볼 줄만 안다면, 인생을 사는데 지금보다는 훨씬 덜 안달복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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