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17]

샌. 2012. 8. 31. 07:25

옛날 우임금이 홍수를 막기 위해

양쯔강과 황허를 다스려

사이와 구주를 통하게 했는데

명산이 삼백이요, 지천이 삼천이며

작은 것은 수도 없었다.

우임금은 손수 삼태기와 따비를 들고

천하의 하천을 뚫어 강하로 모이도록 했다.

정강이와 장딴지에 털이 다 닳았으며

소낙비에 목욕하고 사나운 바람에 빗질하며

만국을 안정시켰다.

위대한 성인이신 우임금도

이처럼 천하를 위해 육체노동을 하셨다.

 

昔者禹之湮洪水

決江河

而通四夷九洲也

名山三百支川三千

小者無數

禹親自操탁거

而九雜天下之川

비無발脛無毛

沐甚雨櫛疾風

置萬國

禹大聖也

而形勞天下也如此

 

- 天下 1

 

 

<장자> '천하'편은 중국 사상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내용은 묵가에서 노동의 정당성으로 삼기 위해 인용하는 고사다. 이에 고무되어 후세의 묵가들은 털가죽과 칡베옷을 입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노동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았다고 한다.

 

우(禹)임금은 순(舜)임금에 이어 치수 사업을 완성했다. 홍수를 다스리기 위한 대사업은 요(堯)임금 때 시작되었다. 요임금은 우임금의 아버지인 곤에게 물길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다. 그러나 댐으로 물을 막으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고 곤은 처형당했다. 우임금은 아버지의 실패를 거울삼아 물을 막는 방법이 아닌 물길을 내서 물을 빠지게 하는 방법을 썼다. 결국 우임금은 13년의 노력 끝에 홍수를 다스리게 되었다. 본문 내용은 당시에 우임금이 백성들과 함께 얼마나 힘들게 노동을 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심한 고생을 나타내는 '소낙비에 목욕하고 사나운 바람에 빗질한다'는 '목우즐풍(沐雨櫛風)'이 여기서 나왔다.

 

치수에 여념이 없다 보니 우임금은 집에 들를 여가가 없었다. 집에 노모가 계셨지만 집 앞을 세 번이나 지나면서도 들리지 않고 간장을 떠 오게 하여 맛을 보며 어머니가 건강한지를 확인했다고 한다. 아내와도 10년간이나 얼굴을 마주하지 않을 정도로 일에 골몰했다. 공(公)을 위하여 사(私)를 버리는 지도자의 자기희생이라고 볼 수 있다.

 

묵가학파에서는 우임금의 이런 행동을 모범으로 삼고자 했던 것 같다. 그들의 겸애설(兼愛論)이나 절용론(節用論), 비악론(非樂論)과도 연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해서 도리어 고통의 원인이 되었다. 정강이와 장딴지에 털이 닳아 없어지도록 경쟁시키는 것은 사람의 본성에 어긋난 짓이다. 뜻은 옳았으나 실천 방법이 틀린 것이라고 장자 쪽에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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