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도둑들

샌. 2012. 8. 25. 10:23

 

 

광주에도 극장이 생겼다. 광주터미널 2층에 롯데시네마가 들어왔다. 인구가 30만이 안 되는 소도시라 그런지 그동안 영화관 하나 없었다. 영화를 보려면 서울이나 분당으로 나가야 했다. 3개 관의 작은 규모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영화관이 생긴 건 기뻐할 일이다.

 

개관 기념으로 '도둑들'을 보았다. 얼마 전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화제의 영화다. 본 사람이 재미있는 영화라고 추천도 해 주었다. 무거운 메시지를 주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런 오락 영화도 즐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 영화가 얼마나 발전했고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확인하고도 싶었다.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다.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이 있고 흥미진진했다. 스피디한 전개와 끝없는 반전이 유쾌한 활극을 만들었다. 쿨한 영화였다. 카지노에 있는 천만 불짜리 다이아몬드를 터는 이야기이고, 여럿이 죽기도 하지만 무겁지 않았다. 욕망과 배신을 바탕으로 깔면서 믿음과 사랑의 힘을 찡하게 보여 주었다. 이만큼 화면으로 담아내는 솜씨가 대단했다. 한 단계 성숙한 한국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옛날 같으면 이런 부류의 영화에서 여자는 보조 역할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한 주역으로 등장한다. 김혜수와 전지현을 보며 시대의 변화도 실감했다. 고층 건물 벽을 타고 싸우는 총격 장면을 연기한 배우들도 대단했다.

 

그러나 영화 내용 면에서 깊이가 부족했던 건 아쉬웠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메시지 정도는 들려줄 수 있지는 않았을까? '씹던 껌' 김해숙이 죽어가는 장면이 그나마 기억에 남는다. '도둑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기 때문인지 영화가 끝나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앞으로의 한국 영화를 더욱 기대하게 된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바랄 게 없는 삶  (0) 2012.09.04
소설 공자  (0) 2012.08.28
아름다운 마무리  (0) 2012.08.18
악마의 백과사전  (0) 2012.08.09
악의 심연  (0) 2012.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