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추포가(秋浦歌) / 이백(李白)

샌. 2012. 10. 10. 11:54

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 秋浦歌 / 李白

 

길고 길어 삼천장 흰 머리칼은

근심으로 올올이 길어졌구나

알 수 없네 거울 속 저 늙은이는

어디에서 가을 서리 얻어 왔는가

 

 

정치적 회오리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고 귀양을 가게 된 이백(李白)은 다행히 사면을 받고 추포(秋浦)에서 지낸다. 이때 그의 나이 59세였다고 한다. 병 들고 늙은 몸으로 낯선 땅에서 지내게 된 시인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백발삼천장'으로 유명한 이 시도 그 시기에 씌여졌다.

 

먼저 길 떠나는 친구를 보면서 인생 덧없음을  절절히 느끼는 계절이다. 살아보니 인생 별 것 아닌 것을.... 이백 선생! 백발이 삼천장이 되든 삼만장이 되든 무슨 대수겠소. 내일이면 한 줌 먼지로 사라지는 것을....

 

 

(사족 하나, '백발삼천장'은 중국인의 과장법으로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한 장(丈)이 3m니, 삼천장은 9,000m다. 그런데 사람 머리카락 수는 대략 10만 개인데, 하나당 9cm로 잡으면 총 길이는 역시 9,000m 쯤 된다. 이백이 말한 '백발삼천장'은 과장이 아니라 사실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0) 2012.10.20
무현금 / 박이정  (0) 2012.10.16
울릉도 / 유치환  (0) 2012.10.03
박새에게 세들다 / 복효근  (2) 2012.09.27
이른 아침에 / 서정홍  (0) 201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