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마늘 놓고 양파 심고

샌. 2012. 11. 10. 09:41

 

 

농사 9단인 어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런저런 일을 거들었다. 마늘 놓고, 양파 심고, 배추 뽑아 절이고, 시래기 만들고, 땔감 나르고...., 그러나 일보다는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많았다.

 

고향에 갈 때는 친구도 만나고, 소백산 자락길도 걸으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아궁이에 군불을 때고 아랫목에 누우니 만사가 귀찮아졌다. 며칠 동안 잘 빈둥거렸다. 어머니의 부지런에 비하면 나는 한없는 게으름뱅이다.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야야, 날 보고 일 그만하라고 하지 마라. 하고 싶어도 못 할 때가 곧 온다." 평생을 논밭에서 사신 분이시다. 농사일은 어머니의 업보면서 낙이다. 지금은 밭 몇 뙈기만 부치시지만 이젠 그것도 힘에 겨워하시는 게 역력하다. 어머니의 힘겨운 노동에서 나오는 작물은 전부 자식들 입으로 들어간다.

 

 

양파 심을 밭을 고르다.

 

 

김장을 하기 위해 배추 스물다섯 포기를 절이다.

 

 

옛날에는 시래기를 짚으로 엮었지만 지금은 그냥 줄에 매단다.

 

 

고향집의 자랑거리는 사시사철 샘솟아 나오는 옹달샘이다. 지금은 마을 공동의 상수도가 들어오지만 어렸을 적에는 이 샘물을 마시며 자랐다. 나중에 고향에 내려온다면 이곳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싶다.

 

 

쌀에 무를 잘게 썰어 넣고 밥을 했다. 고향에서는 '무수밥'이라 부른다. 옛날에는 가을 김장철이 되면 자주 해 먹었다. 밥에 고소한 장물을 발라먹는 맛이 그만이다.

 

이만큼이나마 어머니가 건강하시다는 게 나로서는 더없는 복이다. 기력은 점점 쇠하시는데 일에 빠져 무리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내년에는 마당 텃밭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고사리를 심기로 했다. 그러면 어머니의 노동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이다.

 

이번에도 차 트렁크와 뒷좌석 가득 어머니가 기른 농작물을 실었다. 어머니는 하나라도 더 주지 못해 안달이고, 나는 미안해서 자꾸 사양한다. 차창 밖 어머니의 얼굴이 뿌옇게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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