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1]

샌. 2012. 11. 15. 07:55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는 족족 내 것을 만들면 기쁘지 않을까! 벗들이 먼 데서 찾아와 주면 반갑지 않을까!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부루퉁하지 않는다면 참된 인간이 아닐까!"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온 不亦君子乎

 

- 學而 1

 

 

오늘부터 <논어>를 읽는다. <장자>와 마찬가지로 거북이 읽기가 될 것이다. 다 읽는데 3년은 넘게 걸릴 것 같다. 건성으로 두어 번 본 적은 있으나 이번에는 정독해 보고자 한다.

 

<논어>를 읽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난여름 공자의 고향인 곡부에 갔을 때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거창한 기념물을 보며 공자는 과연 어떤 분일까, 더욱 궁금했다. 조선 시대의 통치 이념으로 변질된 유교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처럼 공자가 더 멀게 느껴졌다. 공자의 실제 말씀과 참모습을 알고 싶었다.

 

텍스트는 이을호 선생이 쓴 <한글 논어>다. "배우는 '족족' 내 것을 만들면",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부루퉁하지' 않으면" 등 통통 튀듯 살아 있는 번역이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 부분은 배움의 기쁨을 말하고 있다. '배움[學]'은 올바른 인간의 길에 대해 묻고 찾는 마음을 뜻한다. 첫 글자인 '學'이야말로 <논어>를 읽는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참된 인간 되기, 마땅히 인간으로서 가야 할 길을 걸어가려고 꿈꾸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존재 이유라고 공자는 말하는 게 아닐까. 그 길은 고행이나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의 바탕에서 샘솟아 나오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배움' 못지않게 '익힘[習]'도 중요하다. 익힘은 실천의 영역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배움은 의미가 없다. '習'을 파자하면 '羽'와 '日'로 되어 있다. 어린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매일 날갯짓을 하는 것이 '習'이다. 상승의 의지와 부단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 참된 인간이 되는 길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진보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더없는 기쁨이다.

 

두 번째 부분에는 벗이 나온다. 이 길을 가는 데 뜻을 같이하는 벗이 있다면 더욱 반가운 일이다. 벗을 나타내는 한자는 붕(朋)과 우(友)가 있는데, '朋'은 죽마고우를 뜻하고, '友'는 도반(道伴)을 뜻한다고 나는 알고 있었다. 잘못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전을 찾아봐도 확인이 안 된다. 공자는 여기서 '朋'을 썼지만, 단순히 다정한 옛 친구가 찾아오는 즐거움을 말한다고는 볼 수 없다. 나와 같은 길을 가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다. 이런 벗을 힘들게라도 만나게 된다면 이 또한 얼마나 기쁠 것인가.

 

세 번째 부분을 읽으면 가슴이 찡하다. 거지 신세가 되어 주유천하 하는 공자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군주의 인정을 받아 정치로 자기 뜻을 펼치기 위해 공자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자신을 제대로 알아주는 군주는 없었다.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부루퉁하지 않는다면', 이 구절은 꼭 공자 자신에게 하는 다짐으로 읽힌다.

 

참된 인간의 길을 가자면 이렇듯 외로움, 고독과 함께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남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당당히 갈 수 있다. 겉은 어떨지 몰라도 그의 내면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참된 인간[君子]'이라는 호칭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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