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미주 여행 - 캐나디안 로키(2)

샌. 2013. 3. 5. 11:20

 

 

 

 

 

무슨 호수인지 이름은 잊었지만 마치 달력 사진에서 보았을 것 같은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해 낼 능력이 없다.

 

그래도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올 걸 하는 뒤늦은 후회를 이번 여행에서는 무척 많이 했다. 긴 여행에 방해가 될까봐 DSLR은 집에 두고 가벼운 똑딱이를 들고 나왔다.

 

 

 

 

 

 

 

근에 있는 또다른 호수. 캐나디안 로키에는 이렇듯 수많은 호수가 산재해 있다.

 

 

우리가 이틀간 묵은 5성급의 페어몬트 샤또 레이크루이스 호텔(Fairmont Chateau Lake Louise)이다. 1년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숙박하기 힘들다는 호텔로 현지인이 꼽은 최고의 허니문 호텔 1위로 뽑혔다.

 

 

그러나 우리가 묵은 방은 시설이 열악했다. 난방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 안 그래도 몸살이 난 몸이 더욱 괴로웠다. 캐나다 사람들은 워낙 추위에 단련이 되어선지 난방을 크게 올리지 않는다 한다. 우리는 털옷으로 감쌌는데 반팔옷을 입은 현지인도 보았다.

 

 

 

호텔 식당 유리창으로 보이는 풍경. 설산을 배경으로 루이스 호수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요호(Yoho) 국립공원으로 이동하여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를 찾았다. 여름이면 물빛이 에메랄드 색깔을 띤다고 한다. 지금은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지만 설산과 침엽수림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아늑하고 예뻤다.

 

 

 

 

 

 

 

 

 

 

에메랄드 호수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 중 캐나다에서의 일정은 빡빡하지 않아 좋았다. 새벽에 일어나거나 밤 늦게 들어오는 일이 없었다. 

 

오후에는 루이스 호수 주변에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스키, 스케이팅, 스노우 슈잉 등의 체험을 할 수 있었고, 옵션인 항목도 있었다. 아내는 50달러를 내고 1시간 동안 썰매마차를 탔다. 나는 불행히도 훤한 낮에 호텔방에 누워 끙끙 앓았다.

 

 

 

다시 캘거리로 돌아가는 길, 왼쪽 차가 우리 일행 14명이 타고다녔던 버스다.

 

 

레이크 루이스 마운틴 리조트 스키장. 휴일이라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워낙 슬로프가 많아 리프트는 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캐나다는 동계 스포츠를 가장 즐기는 나라다.

 

 

이런 풍경을 마주보며 슬로프를 미끄러지는 기분은 어떨까?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오마 샤리프가 기차역에서 연인과 이별하던 장면을 여기서 찍었다고 한다. 눈을 헤치며 달리던 영화 속 기차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캐나디안 로키는 눈 닿는 곳마다 절경이다.

 

 

이번 여행 중 유일하게 들린 아사이베리를 파는 건강식품점이었는데 아무도 사지 않았다. 옛날 약장수 식으로 해서는 요새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중국 패키지 여행에서는 제일 불편한 게 쇼핑이다. 하루에 평균 한두 개를 들리는데 여간 거북하고 시간이 아까운 게 아니다. 사지 않으면 괜히 가이드에게 미안하다. 선진국 여행에서는 의무 쇼핑이 적어 좋다.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를 달려 캘거리로 향했다. 캐나다 대륙을 동서로 횡단하는데 비행기로 9시간, 자동차로는 10일이 걸린다고 한다. 무려 7,800km로 한국에서 캐나다까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거리와 비슷하다. 서울과 부산은 고작 400km다. 캐나다 땅덩어리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캘거리 시내에 있는 아울렛 매장에 들렀다. 쇼핑을 겸해 오는 사람을 위한 배려다. 아내도 이곳에서 코치 가방 두 개를 샀다. 여자는 쇼핑을 해야 활기가 나는가 보다. 그동안에 나는 소파에 기대어 혼자서 잘 쉬었다.

 

캐나다가 준 선물이 추위와 몸살이다. 가져간 감기약이 동났고 수면제도 먹어야 했다. 연신 흐르는 콧물을 닦아내느라 코 밑이 헐었다. 때문에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되었다. 사흘 밤 내내 우리나라의 뜨끈뜨끈한 방이 절절이 그리웠다.

 

비록 잠깐 스치고 지나갔지만 캐나다의 정신이란 게 무언지 어렴풋이나마 느낀다. 인접해 있는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가이드가 전해주는 얘기로는 캐나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점심 후 40분 동안은 의무적으로 밖에서 놀게 한다. 아무리 추워도 교실문을 잠궈버린다. 점심도 공동 급식이 아니라 각자 도시락을 지참한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감기약을 아이들에게 처방하지 못한다. 아파트가 드물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은 아파트에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한다. 아이는 땅을 밟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를 떠나는 날, 공항에는 눈이 내렸다. 그동안은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었다. 비행기는 날개에 얼어붙은 눈을 녹여내느라 이륙이 30분 정도 늦어졌다. 그리고는 어두운 캘거리의 밤하늘을 가르며 라스베가스를 향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