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친구 따라 안면도에 가다

샌. 2013. 3. 31. 15:25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대로 비행기를 좋아하는 친구 따라 무인항공기 세미나가 열린 태안에 갔다. 이틀 동안 무인항공기 시연과 강연이 이어진 일정이었다. 그런데 전날 화분을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해서 온전히 걷기가 힘든 상태였지만, 공식적인 참가 신청이 되어 있어서 무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세미나가 끝난 뒤 하루를 더 안면도에서 놀다가 올라오기로 했는데 결국 그 계획도 틀어졌다.

 

 

첫째 날은 한서대학교 태안비행장에서 무인항공기 대회가 열렸다. 무인항공기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이라 불리는데 조종사 없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비행하는 항공기를 말한다. 미래의 전쟁은 어쩔 수 없이 UAV가 대세가 될 것이다. 대학에서 여덟 팀이 나와서 경연을 벌였다. 친구도 무인항공기 써클 지도를 하고 있다.

 

 

 

둘째 날 오전에는 회의장에서 빠져나와 해변을 산책했다. 숙소는 꽃지해수욕장에 있는 오션캐슬이었다. 모래 화선지에 그린 바닷물의 붓놀림이 오묘했다. 삽을 가지고 개불 잡는 사람들 구경도 재미있었다.

 

 

 

안면도 장삼포해수욕장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 후배를 찾아갔다. 부부교사였던 둘은 캠퍼스 커플로 7년 전에 명퇴를 하고 이곳으로 내려왔다.

 

살아가는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옛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후배는 지금 재즈 피아노에 몰입해 있었다.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도 특이했다. 후배가 삶을 대하는 치열함과 진지함이 전해졌다. 세상 속에 있으면서 세파를 초월한 탈속의 순수함이 느껴져 좋았다. 일반 사람에게서는 접하기 어려운 향기였다.

 

인간의 성장에 자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대부분 부모는 자식 앞에서 본능적인 헌신과 희생이 현현한다. 마치 강물에 돌이 깎여 매끄러워지듯 자식을 통해서 인격이 도야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잘못되면 자아 집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탐욕의 시대는 더 하다. 자식을 길러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분명히 어떤 차이가 있다. 어느 쪽이 더 낫다 못하다는 비교가 아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세상의 원리다.

 

 

안면도 맨 끝자락인 영목항에서 게국지로 늦은 점심을 하고 올라왔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다. 토요일 저녁, 서해안고속도로는 많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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