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까치의 집짓기

샌. 2013. 4. 11. 11:25

 

아파트 화단에 있는 소나무에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한 지 두 주일이 되었다. 까치 부부가 산에서 부지런히 잔가지를 물어와 둥지를 만든다. 워낙 밑으로 떨어지는 게 많아 별로 진도가 나가지 않더니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되었다.

 

까치는 집을 처음 지어보는지 서투르고 어설프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올라가서 도와주고 싶다. 하긴 부리만으로 쌓아올려야 하니 힘든 작업인 건 분명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무척이나 느리고 더딘 집짓기다.

 

집을 짓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는 다른 까치 한 쌍이 공격해 와서 서로간에 집을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며칠간 벌어졌다. 그럴 때는 네 마리가 얼마나 짖어대는지 온 아파트가 다 시끄러웠다. 지금은 질서가 잡혔고 조용해졌다.

 

많은 나무를 놔두고 하필 아파트 베란다 앞에 있는 이 나무를 선택했는지 의아하다. 사람과 친하다는 까치지만 자세히 보려고 베란다에 나가면 금방 달아나 버린다. 생각보다 예민한 놈들이다. 부부 둘이서 다정하게 집 짓는 모습을 찍고 싶지만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아예 접근을 안 한다. 방해하는 게 미안해 사진 찍기는 접었다.

 

가지를 물고 다가올 때도 바로 둥지로 가지 않는다. 다른 가지에 앉았다가 주변을 살펴본 뒤에 둥지로 간다. 그만큼 신중하고 조심성이 있다. 둘이서 나란히 집 짓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귀여워서 절로 미소가 인다. 알콩달콩 깨소금 냄새가 풍겨올 듯하다. 첫 살림을 시작하는 사람의 신혼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동물은 자신이 거처할 집은 다 스스로 만든다. 자기가 살 집을 직접 짓지 않는 건 사람밖에 없다. 노동으로 집을 지어주는 사람은 대개 집이 없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다. 그러나 까치 세계에서는 집이 없는 까치도 없고, 여러 개의 집을 욕심내는 까치도 없다.

 

어찌 됐든 까치의 집짓기를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저것이 생물의 본성이라지만 아무리 봐도 신기한 건 마찬가지다. 이제 틀이 잡혔으니 집은 쉬이 올라갈 것 같다. 알을 낳고 새 생명이 탄생할 따스한 보금자리가 되는 것이다. 올봄은 까치 이웃과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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