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샌. 2012. 5. 21. 18:34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은 현경 선생(유니언 신학대학 교수)이 이슬람 국가 17개국을 일 년 동안 다니며 무슬림을 만나 대화를 나눈 순례기다. 2001년의 9. 11 사건에 충격을 받은 지은이는 이슬람의 이해와 종교간 평화를 위해서 이슬람 국가를 찾는다. 서구의 시각이 아닌 아랍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9. 11 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 폭격을 퍼부었다. 종교간 평화를 위해 일하고 있던 현경은 이런 사태를 관망만 할 수는 없었다.

이슬람 세계와 기독교 서방세계 사이에 평화를 다리를 높고 싶었던 선생은 두 가지의 질문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이슬람이 원하는 평화는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리고 "이슬람 여성들이 삶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였다. 선생은 12개월 동안 200여 명의 무슬림을 만나면서 이 질문을 했다. 주로 이슬람 세계에서 여권 신장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여성 운동가들이었다.

이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의 이미지는 편향적이다. 서구 제국주의라는 창으로 그들을 봐왔다.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건 주로 폭력적이고 근본주의적 경향의 이슬람이다. 젊은 무슬림 남성은 테러리스트 후보로, 무슬림 여성은 가부장적 종교의 피해자로 상상한다. 그러나 지은이가 17개국을 순례하며 만난 이슬람은 그렇지 않았다. 폭력적인 이슬람은 극히 일부분으로 이슬람 세계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슬람만큼 평화적이고 여성을 존중하는 종교도 없다고 대부분의 무슬림은 말한다.

귀국하여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선생은 세 가지 느낌을 전했다.

첫째, 강하고 아름다운 무슬림 여성들에 대한 것이었다. 무슬림 여성들은 이슬람 종교의 가르침대로 외모의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였다. 그들의 외모에 대한 모토는 검소와 수수함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영혼의 상태라고 믿고 있었다. 또, 무슬림 여성들은 자유에 대해 한계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자유는 한계가 있는 자유이다."[Freedom with Limit]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서구의 페미니즘과 구별된다. 자유와 욕망에 대한 추구는 더 큰 고통을 만들어낸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무슬림 여성들은 젠더로서의 자신에 대해 서구 여성들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이런 점이 세속적인 서구의 여성들과는 차이가 있다.

둘째, 200여 명의 여성들을 만나며 그만큼의 다양한 '무지개 이슬람'을 경험했다고 한다. 코란 해석이 나라마다 다를 뿐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달랐다. 선생은 이 다양성 속에서 이슬람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그러나 서구와의 대결을 기회로 획일화되고 배타적인 이슬람이 점점 세를 얻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 같다. 내 눈에는 서구의 도전에 대응하는 이슬람 국가들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셋째, 이슬람 여성이 원하는 정의와 평화는 온 우마(공동체)의 남녀노소가 함께 누리는 정의와 평화라는 것이다. 그들은 공동체와 함께 가지 않는 여성 해방이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이슬람권에서의 여성 해방이란 그들이 오랫동안 겪어왔던, 그리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서구 식민지, 제국주의 세력으로부터의 공동체 해방과 같이 가고 있는 것이다. 무슬림은 남녀를 불문하고 굉장히 종교적이다. 이것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사회 발전의 발전 측면에서는 단점이 되는 것 같다.

이슬람 세계 안에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가부장적 코란 해석이 아직도 여성을 억압하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서구 세계에 대한 피해 의식이 강해 그 반작용으로 근본주의적 경향의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있다. 이를 핑계로 종교적 독재 체제를 유지하며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 민주화가 실현되어야 할 나라도 많다. 최근에서야 무바라크, 카다피 등 몇 명의 독재자가 쫓겨났다. 그러나 서구에서 말하는 '문명의 충돌' 식의 논리는 서로의 적대감만 부추길 뿐이다. 두 문명의 공존과 상생을 통해 평화로운 세계를 이룩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다.

선생이 마지막에 방문한 나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었다. 두 나라 사람들을 만나며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 얼마나 멀고 힘든 것인지를 확인했다.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본원지인 그곳이 갈등과 불화의 진원지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모든 종교의 교리는 분명 평화를 설파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관용과 배려의 종교 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정말 종교가 없어져야 세계 평화가 찾아오는 것일까?

현경 선생의 글은 오래전부터 관심 있게 읽고 있다. 영성과 평화를 강조하는 선생의 글에 가슴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선생의 용기도 부럽다. 아예 유서를 써놓고 이슬람 17개국을 순례했다. 터키, 스페인, 모로코, 케냐,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바레인, 이란,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이다.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을 읽으며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왜 그들이 테러라는 폭력적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지 이해도 되었다. 세상이나 사물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더욱 실감했다. 이 책에는 이슬람 세계를 순례하며 무슬림 여성들에게 배운 삶의 지혜가 99가지로 나뉘어 600쪽 가까이에 담겨 있다. 또한 멋지게 살아가는 무슬림 여성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는 신의 정원에 핀 예쁜 꽃들이다. "우리 모두 다른 형태와 빛깔로 태어났지만 우리 모두는 아름답다."


책에 들어 있는 이 사진 한 장에 마음이 아팠다. 선생이 레바논을 방문했을 때 헤즈볼라 재건위원이 준 책자에 실려 있었다 한다. 귀엽게 생긴 이스라엘 소녀가 레바논에 던질 폭탄에 축복 사인을 하는 장면이다. 아랍 세계에서도 자살 폭탄 테러에 자진해서 나서는 10대들이 있다. 순교를 하면 천국에서 수십 명의 처녀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어린이를 폭탄 앞에 세우고, 동심을 복수와 분노로 물들이는 자 누구인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흔 개의 봄  (0) 2012.06.12
온 삶을 먹다  (0) 2012.06.01
야곱 신부의 편지  (2) 2012.05.16
몸에 밴 어린 시절  (0) 2012.05.09
모두 어디 있지?  (0) 201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