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배꽃

샌. 2013. 5. 9. 15:01

 

배꽃은 수수하다. 다섯 장의 하얀 꽃잎에 까만 수술이 달린 모습을 보면 주근깨가 난 하얀 얼굴의 소녀가 연상된다. 그리 잘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그래선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도 못한다. 배꽃에 대한 관심은 다른 꽃에 비해 덜한 것 같다.

 

배꽃을 한자로 이화(梨花)라 한다. 배꽃을 학교명으로 삼은 곳으로 이화여자대학교가 있다. 여학교에 꽃 이름이 많이 쓰일 것 같은데 막상 찾기 어렵다. 배화나 선화 같은 이름은 '꽃 화[花]'만 들어갔지 꽃 이름은 아니다. 이화여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1887년에 스크랜튼 부인이 운영하던 여학교에 고종이 내려준 이름이 '이화학당'이었다고 한다. 당시 정동에 있던 학당 근처에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기 때문이었거나, '이화정'이라는 정자 이름에서 땄을 것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어찌 되었든 지금의 이화여대와 배꽃의 이미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화'라고 하면 생각나는 시조가 두 수 있다. 고려와 조선으로 시대는 달리하지만 배꽃을 등장시킨 정감은 비슷하다. 어느 시인은 배꽃을 '하얀 등불 켜든 소복의 여인'이라고 표현했다. 배꽃은 아무래도 그리움과 서러움의 꽃인가 보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들어 하노라

 

- 이조년(李兆年)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매

 

- 매창(梅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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