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도봉산을 넘다

샌. 2013. 6. 27. 12:51

 

도봉산은 나에게 각별한 산이다. 서울 올라와서 맨 처음 오른 산이 도봉산이었고, 여러 가지 아기자기한 추억이 많다. 가족과 계곡에서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고, 카메라를 처음 사서 사진을 찍기 위해 친구와 도봉산을 찾기도 했다. 포대능선을 지나던 아슬아슬한 순간이며, 겨울철에 눈에 미끄러져 죽을 뻔했던 기억도 있다. 서울을 둘러싼 산 중 제일 가까웠던 산이었는데 어느 때부터 멀어졌다. 오랜만에 도봉산에 올랐다.

 

전철 도봉산역에서 내려 이번에는 계곡 대신 능선을 택했다. 반대편 송추로 내려갔는데 전 구간을 능선으로만 걸었다. 보문능선, 도봉주능선, 오봉능선, 송추북능선, 송추남능선을 지났다.

 

 

도봉산을 오르는 길 중 보문능선이 제일 수월한 것 같다. 힘든 깔딱고개 하나 없다. 뒷산 오르는 정도로 계속 걷다 보면 어느덧 도봉주능선에 닿는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선지 산에서 이 정도면 고속도로 수준이다.

 

 

보문능선을 오르면서 만나는 도봉의 봉우리.

 

 

도봉주능선에서 바라본 도봉산 줄기. 왼쪽부터 차례로 오봉, 칼바위, 주봉, 자운봉(740m), 만장봉, 선인봉이다.

 

 

보문능선의 끝에 우이암이 있다. 편안하게 기대어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고 계시는 바위 어른이시다.

 

 

우이암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북한산 줄기. 안개가 끼여 시야가 선명하지 못했다.

 

 

 

고도 600m 높은 곳에서 만난 나리와 돌양지꽃.

 

 

칼바위를 지나 오봉에 올랐다.

 

최근에는 600m가 넘는 산 산행을 거의 못했다. 그래선지 도봉산의 느낌이 새로웠다. 마음이 호쾌해지고 커진다고 할까, 산에서 받는 기운이 조무라기 산과는 확실히 달랐다. 언제 보아도 도봉과 북한은 명산이라는 걸 절감한다.

 

 

송추능선으로 하산하며 보이는 오봉.

 

 

가운에 보이는 암봉이 여성봉이다.

 

 

 

여성의 거시기를 닮아 이름 붙은 여성봉. 바위에서 힘들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특이했다.

 

 

여성봉에서 기념사진. 마침 나홀로 산행객이 또 한 사람 있어 서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이번 코스에서는 여성봉에서의 전망이 가장 시원했다.

 

광주에 살다 보니 서울 북쪽에 있는 산은 큰 맘을 먹어야 올 수 있다. 이번에 오랜만에 작심하고 도봉산을 넘었다. 정상까지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섯 시간이 걸렸다. 히말라야에 다녀온 몇 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이젠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좀더 열심히 산을 다닌다면 다시 적응되리라 생각한다. 산에 대해서만은 부지런해져야겠다.

 

* 산행 시간; 6시간(11:00 ~ 17:00)

* 산행 거리; 11km

* 산행 경로; 도봉산역 - 도봉사 - 보문능선 - 우이암 - 도봉주능선 - 칼바위 - 오봉능선 - 오봉 - 송추북능선 - 여성봉 - 송추남능선 - 오봉탐방지원센터 - 송추유원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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