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거짓말 / 예브게니 옙투셴코

샌. 2013. 7. 8. 15:25

아이들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네

허위를 진실인 양 말하는 것도 잘못이지

아이들에게 천국에 하느님이 계시고

이 세상이 잘 굴러간다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야

아이들은 자네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안다네. 아이들도 인간이거든

아이들에게 숱한 어려움에 대해 말해주게

앞으로 일어날 일만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도

분명히 보게 해 줘야 하네

살면서 맞닥뜨리게 될 장애와 난관에 대해 말해주게

마주치게 될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말해주게

지옥 같은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도 알려주게

행복의 대가를 아는 자만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은가

잘못을 알면서도 용서해서는 안 되네

잘못을 알면서도 용서해서는 안 되네

그냥 두면 반복되고 늘어나

나중에 우리 학생들은

우리가 용서했다는 것을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 거짓말 / 예브게니 옙투셴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각종 단체의 시국선언문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 명단에 고등학교도 들어 있다. 금산 간디학교, 산청 간디학교, 산마을 고등학교 등 3개의 대안학교다. 학생들은 국정원 사건 관련자들을 수사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고 국정원을 개혁할 것,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 시는 학생들이 광화문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낭독한 것이다.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절필 소식도 들린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시국선언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박정희는 총칼로 이를 누르다가 갔고, 전두환은 최루탄으로 막으려다 갔고, 박근혜는 침묵하고 있다가 간다."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 나 같은 시인 하나 시 안 써도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그 가치를 눈속임하는 일들이 매일 터져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 그 자체, 30년 넘게 시를 써 왔고 10권의 시집을 냈지만, 현실을 타개해 나갈 능력이 없는 시, 나 하나도 감동시키지 못하는 시를 오래 붙들고 앉아 있는 것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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