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백년 동안의 고독

샌. 2013. 7. 11. 12:17

장맛비를 벗삼아 읽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은 콜롬비아 작가인 마르케스(G. G. Marquez)의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소설은 마콘도에서 살아가는 5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의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다. 선조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마콘도 마을을 건설했을 때는 에덴동산이 연상될 정도로 낙원이었다. 그러나 집시들이 찾아와 문명 세계의 신기한 물건을 보여주면서부터 마을은 변해 간다. 부화뇌동하는 주민들은 변화의 흐름에 저항할 능력이 없다. 현대적 행정 조직과 철도가 들어오고 미국인은 바나나 농장을 지어 노동자들을 착취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을은 몰락하고 부엔디아 가문의 맨 마지막 후예가 끝을 목도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맺는다.

 

마콘도는 콜롬비아에 있는 작은 마을이 아니라 현대화 과정을 밟아가는 모든 공동체로 읽힌다. 더 크게는 지구상에 나타나서 살아가는 인류의 삶을 압축했다고도 볼 수 있다. 부엔디아 가문의 구성원들이 보인 호기심, 폭력성, 충동성, 과다한 성욕, 탐욕 등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을 드러낸 것이다. 가문 멸망의 한 원인인 근친상간은 인류에 내재된 자체 모순을 나타낸다. 부엔지아 가문의 쇠퇴와 몰락은 단순히 외부 탓만은 아니다. 몰락의 씨앗은 이미 안에 심어져 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 보여주면서 우리의 미래를 암시한다.

 

소설에 나오는 인명이 익숙하지 않아 계속 가계도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그래도 무척 재미있게 읽힌다. 이 소설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소개된 대로 현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서 신기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자의 '나비의 꿈'과 영화 '파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비현실인지 몽롱해진다. 어쩌면 인간의 삶이나 역사는 한 편의 꿈인지 모른다. 부엔디아 가문의 일대기도 결국은 양피지에 세밀한 부분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는 비밀의 책에 적힌 대로 이미 예정된 경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 바나나 회사의 횡포에 맞서 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무려 3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정부군에 학살된다. 관리들은 시체를 화물차에 실어 바닷물 속에 수장시킨다. 그러나 이 엄청난 사건은 정부와 다국적기업에 의해 은폐되고 호도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콘도에는 바나나 회사조차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사람들도 그렇게 믿게 된다. 역사에 기록된 일어난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역사는 진실과는 거리가 먼, 한낱 권력을 장악한 지배 계급의 조작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마르케스는 말하려는 것 같다.

 

<백년 동안의 고독>은 재미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 깊이 있는 소설이다. 우리 삶의 본질이 뭔지를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한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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