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억새(3)

샌. 2013. 11. 14. 17:30

 

억새는 씨를 날려 보내기 위해 날개를 단다. 억새의 하얀 깃털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만큼 가을의 정취를 표상하는 것도 없다. 잎과 줄기가 부딪치며 서걱대는 음향효과가 더해진다.

 

억새, 참억새, 물억새, 금억새, 가는잎억새 등 종류도 여럿이다. 억새와 갈대를 구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너무 세세히 나누는 건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냥 억새라고 통칭해도 무방할 것 같다. 집 주위를 산책하다가 만난 억새를 좀 색다르게 표현해보려 했다. 똑딱이를 가지고 이 정도 찍은 것에 만족한다.

 

 

가을볕 따사로운 오후의 언덕에서 억새를 바라본다. 억새는 달빛보다 희고,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수척하고, 하얀 망아지의 혼 같다. 가을 하늘이 아무런 울타리 없이 넓다. 쇄락한 무형(無形)의 놀이터라고 할까. 바람이 잠시 불더니 다시 잔다. 고개가 꺾이지 않은 채, 억새들이 하늘을 향해 서 있다. 그리움도 한 데 모이면 억세지는 것일까. 억새들이 갈 곳 없는 가족처럼 모여 있다. 가끔 하늘거린다.

 

- 억새 / 최승호

 

 

 

 

'꽃들의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레길 감국  (0) 2013.12.13
구름체꽃  (0) 2013.11.21
버들잎엉겅퀴  (0) 2013.11.07
산국(2)  (0) 2013.10.25
구절초(4)  (0) 201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