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검단산을 넘다

샌. 2013. 11. 16. 19:46

 

연일 안개 자욱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안개 때문에 헬기가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오늘 검단산 산행도 한낮이 지날 때까지 짙은 안개와 구름을 헤치며 걸었다. 산봉우리 정상부만 제외하고 모든 게 구름의 바다에 묻혔다. 600m급의 낮은 산이지만 덕분에 고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특별한 경치를 즐겼다.

 

안개와 구름의 차이를 설명할 때 지면에 접해 있으면 안개, 떨어져 있으면 구름이라고 가르쳤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어디까지가 안개이고 구름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 출발할 때는 안개였는데, 산에 올라서니 구름이었다. 안개나 구름이나 같은 원리로 생기는 것인데, 억지로 나누는 건 인간의 머리 궁리일 뿐일 것이다.

 

검단산(黔丹山)의 '검(黔)'은 검다, '단(丹)'은 붉다는 뜻이다. 직역하면 검고 붉은 산이지만, '검'은 왕검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크다, 신성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단'은 제단의 의미로 해석한다. 아마 이곳은 한성백제(漢城百濟)의 도읍지였던 하남 위례성(慰禮城)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위례성은 검단산 부근인 하남이나 광주 어디였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왕들은 한성백제의 진산인 검단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지냈을 가능성이 크다.

 

 

검단산에 드는 입구 길은 언제 봐도 정감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조금만 들어가면 사나운 계단길이 기다린다. 이 코스는 한강 조망을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길이다.

 

 

 

건너편 예봉산도 구름에 덮여 정상부만 보이고 있다. 아마 예봉산에 오른 등산객도 이곳을 바라보며 카메라를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풍경 만나기도 쉽지 않다. 구름에 덮였다 드러났다, 천변만화하는 경치를 한가로이 구경하고 싶지만 일행의 발걸음은 빠르기만 하다.

 

 

주말이라 검단산 정상의 넓은 터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다들 운해에 감탄하며 얼굴이 활짝 폈다.

 

 

 

가을이 떠나가는 아쉬움이 길에 묻어 있다. 용두회원 네 명과 함께 했다.

 

* 산행 시간; 4시간(9:30~13:30)

* 산행 거리; 7km

* 산행 경로; 하남 애니메이션고교 - 유길준묘 - 정상 - 산곡초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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