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안도현 시인을 가까이서

샌. 2014. 11. 1. 15:54

 

내가 좋아하는 안도현 시인이 우리 동네에 찾아왔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시인을 초청해서 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40명 정도가 모인 조촐한 모임이었는데, 이름난 시인이 동네 단위의 행사에까지 참석해 준 게 무척 고마웠다.

 

시와 글로 접해서 느낀 대로 조용하며 차분한 성격의 안 시인은 자신이 시인이 된 출발점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원래는 화가가 될 생각이었는데 국어 선생님에게 혼이 난 후 좋은 시를 써서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문예반에 들어간 게 시인이 되는 계기였다고 해서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시를 쓰는 데 제일 경계할 일이 진부한 표현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질문을 한 사람에게 시집 한 권씩을 선물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권을 나도 받았다. 작년의 절필 선언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대답은 단순 명료했고 시를 쓰지 않는 지금이 아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소망은 그냥 빈둥거리며 살고 싶다고 했다. 시를 쓰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행사에 매우 바쁜 모양이다.

 

안 시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어제는 내내 들떴다. 사인을 받기 위해 신간인 <안도현의 발견>을 서점에 가서 미리 사 두었다. 나중에 줄을 서 보니 남자는 나 혼자였다. 아이들과 젊은 여자들 틈에서 조금은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안 시인과 선후배 사이인 지인이 있으니 같이 만나는 자리를 부탁해 봐야겠다. 소주 맛이 아주 달콤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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