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늦가을 고향집

샌. 2014. 11. 25. 11:17

 

김장을 하러 고향에 내려가서 닷새를 머물렀다. 가을이 저물수록 풍요의 빛은 사그라지고 저녁 어스름 기운이 마을에 스며든다. 이 계절을 좋아하긴 하지만 무대가 고향이 되는 건 싫다. 너무 쓸쓸하다.

 

고향 마을에도 가을 김장을 하는 집이 얼마 안 된다.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자식들도 힘들게 내려오지 않으려 한다. 몇 만 원만 주면 절인 배추를 배달해주는 세상인데 굳이 시골까지 내려가 김장을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고향에서의 김장은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내년에 어머니가 또 배추를 심으신다면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형제가 모여 함께 김장을 하는 의식에는 김장통 몇 개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일 년 농사가 자식들 차에 바리바리 실린다. 아직은 어머니가 건강해서 고맙고, 이런 가을걷이가 앞으로 몇 해나 더 이어질지 생각하면 슬프다. 힘든 농사 그만 하라고 말리지만, 이젠 그런 말을 할 기회도 없을 것 같다. 쉬이 해가 지듯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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