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생각의 탄생

샌. 2015. 2. 14. 11:54

제목을 봤을 때는 인간 지능의 진화사 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 도구'라는 부제가 말하듯 천재를 천재답게 만드는 비법 13가지를 다룬다. 차라리 원제인 'Sparks of Genius'가 이 책 내용에 가깝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제목은 멋지지만 내용은 기대했던 것에는 미달했다. 이렇게 온갖 자료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면 지루하고 요점 파악도 잘 안 된다. 정형화된 형식은 책이 말하는 천재성과는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은이는 창조를 이끄는 13가지 생각 도구를 이렇게 정리한다.

 

1. 관찰

"음악은 우리에게 '그냥 듣는' 것과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  -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2. 형상화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의 생명이자 정점이다."  - 시인 존 드라이든

 

3. 추상화

"나는 내가 관찰하고 생각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버렸다."  - 물리학자 윌슨

 

4. 패턴 인식

"벽의 복잡한 문양 속에서 형상들을 발견하는 것은 시끄러운 종소리 속에서 우리가 아는 이름이나 단어를 찾아내는 일과 같다."  -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5. 패턴 형성

"나는 관습적인 춤의 패턴을 깨부수어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춤패턴을 보고 느끼도록 했다."  - 무용가 머스 커닝햄

 

6. 유추

"사과를 땅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면 이는 하늘 위로 계속 뻗쳐나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달까지도 끌어당길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 물리학자 뉴턴

 

7. 몸으로 생각하기

"형을 뜨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대한 완전한 지식이 필요함을 물론 인체의 모든 부분에 대한 심원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조각가 로댕

 

8. 감정이입

"배우는 스스로 극중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인물이 행동하는 것처럼 연기하게 된다."  - 연극연출가 스타니슬라브스키

 

9. 차원적 사고

"무게와 공간을 한곳에 수렴시킬 방법을 찾아라. 모델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 화가 브리짓 라일리

 

10. 모형 만들기

"모형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새로운 생각의 탄생 과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 생화학자 라이너스 폴링

 

11. 놀이

"나의 작업은 예술이 아니라 놀이에 가깝다."  - 화가 모리스 에셔

 

12. 변형

"우리는 화석이라는 추상을 원인들의 운동감각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로 변형시켰다."  - 고생물학자 메리 리키

 

13. 통합

"과학자는 우주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보고, 시인은 시간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느낀다."  - 소설가 나보코프

 

창조적 사고와 상상력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이 13가지 범주가 말해준다. 비범하고 번쩍이는 사고가 태어나는 발상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각 단원마다 13가지 생각 도구를 기르는 훈련 방법이 짧게 소개되어 있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다만 이런 교육에 관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장은 전인(全人)을 길러내는 통합교육에 대해 다룬다. 앞으로 교육의 목적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전인을 길러내는 데 두어야 한다. 지식 대통합을 통해 창조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앞으로의 지식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21세기는 통합의 시대다. 자신의 전문성과 함께 다른 분야를 넘나드는 창조적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도 이런 추세에 맞게 재편되는 게 옳다. 구시대적인 지식 위주의 경쟁 시스템으로는 새 시대의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 교육 과정의 혁신에서 예술 교육의 강화는 빼놓을 수 없다.

 

소수의 천재만이 아니라 일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인이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교양인에 다름 아니다. 인간의 행복은 결코 업적이나 성공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한두 가지의 지적인 취미나 여가활동이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자신의 직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창조적 발상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물론이다. <생각의 탄생>은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학교나 가정에서 하는 현재의 교육 방법은 이 책에서 강조하는 인간의 창조성을 죽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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