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들어간 사람들 / 이진명

샌. 2015. 5. 13. 10:24

외할머니 일흔일곱에 들어갔다

한 해 뒤  어머니 마흔일곱에 들어갔다

두 사람 다 깊은 밤을 타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 1년씩 1년 반씩

병고에 시달렸지만 들어갈 때는

병고도 씻은 듯이 놓았다

두 사람 들어간 문은 좁은 문은 아닌 것 같다

일흔일곱도 받고 마흔일곱도 받은 걸 보면

좁은 문은 아니나

옷보따리 하나 끼지 못하게 한 걸 보면

엄격한 문인 것 같다

두 사람 거기로 들어간 후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았다

거기 법이 그런가 보았다

하긴 외할머니 어머니

여기서도 법도 잘 지키던 사람들이었다

들어왔으면

문 꼬옥 닫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 들어간 사람들 / 이진명

 

 

이쪽에서 보면 들어갔지만, 저쪽에서 보면 들어왔다다. 이쪽에서 말할 때는 돌아가셨지만, 저쪽에서 말할 때는 돌아오셨다가 된다. 죽음이 별스러운 게 아니라 그저 담담하고 담백하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지상에서 수많은 문을 지나듯 또 하나의 문을 통과하는 것이다. 최근에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누구나 죽음에서 멀지 않음을 실감했다. 거기로 가는 문이 항시 내 옆에 대기하고 있다. 지금 당장 들어간다 한들 이상할 게 없다. 살 만큼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미련도 아쉬움도 별로 없다. 산다는 게 한때 살랑거리는 봄바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