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일본(1) - 조몬스기 트레킹

샌. 2015. 8. 6. 22:41

7월 31일 아침 5시 30분에 집을 출발하여 저녁 7시에 야쿠시마에 들어왔다. 인천공항에서 가고시마공항까지 비행기로 1시간 30분, 가고시마항에서 야쿠시마 안보항까지는 배로 2시간 30분이 걸렸다. 일본 여행은 처음인데 무척 가까운 나라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비슷했다. 그런데 땅에 내려보니 완전히 다른 문화의 나라였다. 일본의 첫인상은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회색 톤의 단조로운 주택 색깔이었다. 

 

 

민숙에서 4시에 기상하다. 대절한 택시로 이라카와 등산로 입구로 이동하여 5시 20분에 트레킹을 시작하다.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새벽이다. 우리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다.

 

 

길은 철길을 따라간다. 이 철길은 벌채한 야쿠시마 숲의 나무를 아래로 운송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철길만 8.2km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계곡 풍경은 한국과 비슷하다. 야쿠시마가 화산섬인 줄 알았더니 지표는 화강암 암반층으로 되어 있다. 수천만 년 전에 융기해서 생긴 섬이라고 한다.

 

 

나무 벌목이 한창일 때는 산 속에 마을이 있고 학교도 있었다. 옛 마을터에 그때의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야쿠스기로 만든 기념목. 여기서 자라는 나무 중 1천 년 이상 된 나무를 야쿠스기라고 부른다. '야쿠스기와 함께'라고 적혀 있다.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길이다.

 

 

'삼대(三代)스기'라 이름 붙은 삼나무. 1대 나무가 쓰러진 위에 2대 나무가 자라고, 2대가 잘라진 위에 3대가 자라고 있다. 1대 삼나무의 수령은 약 1,200년, 2대는 1,000년, 3대는 350년이라고 한다.

 

 

철길이 끝나는 데서 길은 산길로 접어든다. 본격적인 등산이다.

 

 

천 년의 세월이 만든 뿌리.

 

 

'노인삼나무[翁杉]'란 이름이 붙은 큰 삼나무 그루터기.

 

 

'윌슨 그루터기'는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수십 명이 들어갈 정도로 넓다. 수령이 3천 년이었던 이 나무는 300년 전에 잘려졌다. '윌슨'이라는 사람이 발견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윌슨 그루터기' 안에서 위를 보면 하트 모양이다. 이 나무의 상징이 된 도형이다.

 

 

'대왕삼나무[大王杉]'

 

 

가지가 맞붙은 연리지. '부부삼나무[夫婦杉]'로 불린다.

 

 

천 년의 삶과 백 년의 인생.

 

 

야쿠시마의 환경이 다양한 형태의 나무를 만들었다.

 

 

 

숲에는 사슴과 원숭이가 많이 산다. 사람이 옆에 있어도 도망가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천혜의 공간이다. 반면에 숲의 생태계는 단조로운 것 같다. 새 소리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5시간을 걸어 드디어 '조몬스기'에 도착하다. 다른 삼나무와 달리 줄기가 단단하고 밝은 회색이다. 수령이 7,200년이라고 알려졌지만 최근의 조사로는 2,100년 정도가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대단하다. 가까이 갈수록 신령한 기운이 느껴진다. 인자한 할아버지 같기도 하다. 너무 커서 전모가 드러나지 않는다.

 

'조몬'은 일본의 시대를 구분하는 명칭 중 하나로 조몬토기를 제작하여 사용한 시기를 뜻한다. BC 3,000년부터 BC 250년까지다.

 

 

 

기진맥진했지만 '조몬스기' 앞에서는 힘이 솟는다. 함께 화이팅을 외친다.

 

 

하산길에서는 올라오는 사람을 위해 잠시 기다려준다. 일본인의 양보와 배려 정신은 너무 철저하다.

 

 

가끔 큰 노각나무도 보인다.

 

 

 

서로 입 맞추듯 붙어 있는 연리지.

 

 

삼나무와 햇빛이 만든 무늬.

 

 

'자궁삼나무'라 불리는 나무. 위에는 배꼽도 있다.

 

 

습기가 많은 지형이라 나무나 땅에는 이끼 종류가 무척 많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가 구스가와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길 옆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 이 안에서 비닐에 볼 일을 본 뒤 가지고 가서 휴지통에 버려야 한다. 지나칠 정도로 자연보호 정신이 투철하다.

 

 

 

 

 

 

 

 

 

 

 

 

 

 

 

 

영화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시라타니운수 계곡. 기괴한 형태의 나무와 이끼가 볼 만하다.

 

 

대장정의 끝자락에서 족욕으로 피로를 푼다.

 

 

이라카와 등산로 입구에서 시라타니운수 계곡 입구까지 총 길이 21.4km의 거리를 10시간에 걸쳐 걸었다. 미야노우라로 떠나는 마지막 버스가 4시 10분에 있어서 그 시간에 맞추느라 강행군을 했다.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무사히 완주했다. 다른 무엇보다 날씨 덕을 많이 봤다. 한 달에 35일을 비가 내린다는 야쿠시마에서 구름 한 점 없이 쨍쨍하게 맑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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