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일본(3) - 가고시마

샌. 2015. 8. 8. 13:52

야쿠시마에서 가고시마로 들어와서 하루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홀로 '어슬렁족'이 되기로 했다. 일본에서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느낌이지만, 왠지 이 나라는 혼자 돌아다녀도 아무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비슷한 외모, 친절, 안전 등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우리가 묵었던 솔라리아 호텔. 가고시마중앙역 앞에 있어 교통이 편리했다. 앞에 보이는 동상은 쇄국정책이 시행되던 1865년에 막부에서 비밀리에 19명의 젊은 유학생들을 영국에 보낸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들이 배운 문물과 제도는 훗날 메이지 유신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시내에는 '유신의 길'도 있다.

 

 

가고시마중앙역 2층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1천 엔을 주고 'Welcome Cute'라 부르는 일일 교통이용권을 샀다. 이 티켓 한 장이면 가고시마에 있는 시영버스, 전차, 페리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시로야마(城山) 공원까지는 걸어서 갔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고쓰키강(甲月川)에서 아이들이 카약을 타는 모습이 시원했다.

 

 

약 400년 전, 자비엘 신부가 상륙한 걸 기념해서 이곳에 교회를 세웠다. 지금은 공원이 되어 있다.

 

 

 

50분 정도 걸려서 시로야마 공원에 있는 전망대에 다다랐다. 전망대에서는 가고시마의 상징인 사쿠라지마가 잘 보였다. 활화산으로 수증기가 분출하고 있었다.

 

 

1658년에 시마즈 가문의 미츠히사가 만든 별장과 정원이 센간엔(仙巖園)이다. 앞으로 사쿠라지마와 긴코만의 경치가 볼 만해서 명승이라 불린다. 이런 때는 가이드가 필요한데 작은 팸플릿 하나로는 센간엔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내용을 모르고 겉모습만 보는 한계였다.

 

다만, 일본 정원은 너무 인공적이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나무나 돌 등 자연물에 사람의 손으로 변형이 가지 않은 게 없었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긴한데 금방 싫증이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센간엔에서 보이는 사쿠라지마.

 

 

시마즈가문의 사람들이 살던 저택.

 

 

교쿠스이(曲水) 정원으로 이곳에서 연회가 열리면 상류에서부터 흐르는 잔이 자기 앞에 오기 전에 시를 완성해야 한다고 한다. 센간엔 교쿠스이 정원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일본 색채가 강한 문양이 눈길을 끌었다.

 

 

센간엔을 떠나 사쿠라지마로 가는 페리를 탔다. 페리는 24시간 운항되고, 낮에는 15분 간격으로 분주히 다닌다. 사쿠라지마에는 5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활화산이라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학생들을 늘 헬멧을 쓰고 등하교를 한다고 한다.

 

 

배에서 내려 사쿠라지마 순환 관광버스를 탔다. 몇 군데 전망대를 거치면서 섬의 일부 지역을 1시간 동안 도는 버스다.

 

 

 

 

해발 373m에 위치한 유노히라(湯之平) 전망대.

사쿠라지마는 세 봉우리가 있는데 왼쪽에 보이는 게 키타다케(北岳, 1117m), 오른쪽이 미나미다케(南岳, 1040m)다. 화산 활동은 현재 미나미다케에서 일어나고 있다. 화산이 터지는 걸 은근히 기대했는데 우리가 있었던 이틀 동안에는 수증기만 보일 뿐 조용했다.

 

 

돌아오는 페리 안에서 본 사쿠라지마.

 

터미널에서 다시 시티뷰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대절 버스로 단체 여행을 떠한 일행은 도착하지 않았다. 오늘 가고시마에서 소중했던 건 '홀로'였다. 함께도 좋지만 홀로도 멋진 여행이다. 진짜 여행은 오히려 혼자서 하는 것이다. 단체로 버스를 타고 따라다니는 건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다. 여행은 다니며 낯선 장소와 부딪치는 것이지만, 관광은 그냥 보는 것이다. 성향 탓이겠지만 나는 혼자 있을 때 편안하다. 이국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야쿠시마에 있을 때도 저녁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밖에 나갔지만 나는 숙소에서 책을 읽었다. 야마오 산세이가 살았던 섬이었기 때문에 그가 쓴 <더 바랄 게 없는 삶>을 가져갔다. 현지에서 그의 책을 읽는 맛이 각별했다. 이틀에 걸쳐서 한 권을 다 읽었다.

 

가고시마에서도 무엇을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돌아다니는 게 좋았다. 안내서에 센간엔과 사쿠라지마가 추천되어 있어서 가 봤을 뿐이다. 아무 길이나 어슬렁대며 걷는 것도 괜찮다. 걷다 보면 이런 사소한 것도 다정하게 다가온다. 어디나 사람이 사는 건 다르면서도 결국은 같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교회.

 

 

한국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공산당 포스터.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주와 나들이  (0) 2015.08.18
일본(4) - 사쿠라지마  (0) 2015.08.09
일본(2) - 야쿠시마 일주  (0) 2015.08.07
일본(1) - 조몬스기 트레킹  (0) 2015.08.06
은고개에서 남한산성 라운딩  (0) 201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