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나는 개인주의자다

샌. 2015. 10. 27. 10:59

아내한테서 이기적이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두 딸도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점에서 불만인 것 같다. 이기주의자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른 사람이나 사회 일반에 대해서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이나 행복만을 고집하는 사람이라 나와 있다.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더라도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이기주의자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이다. 배려가 부족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건 억울하다.

 

사고나 행동의 중심에 나를 두고 있지만 결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는다. 내가 소중한 만큼 타자 역시 소중한 존재임을 인정한다. 내가 간섭받기 싫은 만큼 타인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인간은 각자가 독립된 인격체다. 가족 사이라도 폐를 끼치거나 짐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기주의자보다는 개인주의자로 불리고 싶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구별해야 한다. 개인주의는 타인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한다. 개인주의는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다만 집단보다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할 뿐이다. 반면에 이기주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타인을 이용해 먹는다. 타자는 내 목적 달성의 수단일 뿐이다. 네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황금률을 개인주의자는 지킨다. 그러나 선(善)의 적극적 실천에서 개인주의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나는 원래 성품이 혼자 하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팀워크를 이루는 일에는 미숙하다. 사람들 사이에서보다 혼자일 때가 편안하다. 좋아하는 등산도 가능하면 홀로 간다. 혈연, 학연, 지연을 매개로 한 모임은 좋아하지 않는다. 애국심이라는 것도 별로 믿지 않는다. 따라서 가족 관계도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자식도 성인이 되었으면 각자 제 몫을 사는 게 맞다.

 

요사이 아내와 티격태격하는 일 중 다수가 자식과 관계되는 것이다. 아내의 관심은 오로지 자식과 손주에게 가 있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손주를 키우는 딸이 안쓰러워 안절부절못한다. 제 새끼는 제가 키우도록 두라고 해도 엄마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며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느 집이나 대동소이할 것이다. 도와주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지나침을 경계하는 소리다.

 

모성이 이타심은 아니다. 오히려 제 식구만 챙기는 사람이 이기적일 수도 있다. 한국 사회의 병폐 중 하나가 바로 가족 이기주의에 있다. 내 새끼가 귀하면 다른 집 새끼도 귀한 줄 알아야 한다. 내 새끼만 아끼다 보니 별의별 사건이 다 일어난다. 가족을 제 소유물로 여기기도 한다. 이마저 돈 앞에서 무너져가는 세태를 보니 천륜이라는 것도 별로 믿을 게 못 되는 것 같다.

 

인간의 기본 바탕은 이기성(利己性)이다. 생존의 위기에서 이기성은 두드러진다. 인륜 도덕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이기성을 극복하려는 방편이다. 그런데 하나로 뭉친 집단에서도 이기성이 발현된다. 집단 이기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개인주의야말로 집단 이기성을 막는 강력한 무기다. 개인주의자는 집단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다.

 

나는 진정한 의미의 개인주의자가 많아져야 세상이 더 잘 되어 간다고 믿는다. 독립적이고 건강한 개인주의자가 많아져야 한다. 인류 의식을 발전시킨 원동력은 개인주의에 있었다. 개인주의에 기반을 둔 협동 사회가 인류의 바람직한 미래가 아닐까 한다. 지나친 개인주의를 경계하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먼 얘기다. 멋지고 행복한 개인주의자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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