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이터널 선샤인

샌. 2015. 12. 1. 10:12

 

 

재미있게 만든 영화다. 사랑의 기억을 지운다는 발상이 독특하다. 그러나 삭제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좋아했음을 확인하고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의 인력에 끌려 들어간다. 둘은 다시 만나서 헤어진 비밀을 알게 되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진정한 연인으로 거듭난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영화는 난해하다. 시간이 역순으로 진행되고 어느 것이 기억 속 환상이고 어느 것이 실제인지 헷갈린다. 영화가 주는 의미도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끝나고 나면 이렇게 단순한 것이야, 하고 조금은 허전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사랑 영화로는 특이한 소재를 고른 점에서 아주 흥미롭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기억을 아무리 지워도 사랑은 남는다. 모든 사랑은 운명적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알지 못하는 수많은 우연과 어긋남이 교차하다가 하나의 사랑이 이루어진다. 다만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조엘과 클레멘타인 두 사람의 사귐은 사랑이기보다는 연애 감정이라는 게 맞다. 대부분의 만남이 처음에는 그럴 것이다. 이성에 대한 끌림은 욕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 중심인 한 상처 받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으로 승화되어 간다. 그 단계가 되어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를 보며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이란 끌림이며 매혹이 아닐까. 아무 노력이 없어도 그냥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다.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다. 연인에서 시작한 이런 사랑은 보편적 인간애에서 생명애로, 그리고 우주애로 확장되어 간다. 거기에 사랑의 위대함이 있다.

 

'이터널 선샤인'은 10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다. 나이가 드니 여성화가 되어가는지 나도 이젠 젊은이의 사랑을 그린 이런 멜로 영화에도 끌린다. 당사자로 감정이입 되는 게 아니라 배우들이 무척 귀엽게 보인다는 게 다른 점일 것이다. 젊었을 때 열렬한 연애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애틋하게 볼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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