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별을 보면 / 이해인

샌. 2016. 5. 7. 11:44

하늘은

별들의 꽃밭

 

별을 보면

내 마음

뜨겁게 가난해지네

 

내 작은 몸이

무거워

울고 싶을 때

 

그 넓은 꽃밭에 앉아

영혼의 호흡 소리

음악을 듣네

 

기도는 물

마실 수록 가득찬 기쁨

 

내일을 약속하는

커다란 거울 앞에서

꿇어앉으면

 

안으로 넘치는 강이

바다가 되네

 

길은 멀고 아득하여

피리 소린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별 뜨고

구름 가면

세월도 가네

 

오늘은 어제보다

죽음이

한치 더 가까워도

 

평화로이

별을 보며

웃어주는 마음

 

훗날

별만이 아닌 나의 이야기

꽃으로 피게

 

살아서 오늘을 더 높이

내 불던 피리

찾아야겠네

 

- 별을 보면 / 이해인

 

 

이 시는 수녀님이 21세 때 썼다고 한다. 첫 서원을 하기 전인 예비수녀 시절이었던 것 같다. 첫 연인 '하늘은 별들의 꽃밭'이라는 구절이 오래 기억되는 시다.

 

며칠 전 TV에 나온 수녀님 모습을 봤다. 8년째 대장암과 투병 중인데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모든 걸 밝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얼굴과  말에 그대로 드러났다. 암과 동행하는 걸 '명랑 투병'이라고 부르며, 통증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는 것도 소풍 가듯 나선다고 한다. 올바른 신앙이란 고난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위해서는 눈물이 안 나요. 세월호 부모님 생각하면서 운 것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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