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샌. 2016. 5. 8. 13:54

부제가 '죽음을 통해서 더 환한 삶에 이르는 이야기'다. 능행 스님이 썼다. 스님은 불교계 최초로 호스피스 전문병원을 설립하고 20년 넘게 죽음과 함께 하는 생활을 했다. 이 책은 스님이 직접 죽음의 현장에서 부딪치고 성찰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죽음을 말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죽지만 죽음을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먼 미래에 닥칠 일이라고 여긴다. 불길하다고 느껴서인지 죽음을 입에 올리기를 꺼린다. '4'가 '죽을 사' 자와 발음이 같다고 기피하는 것만 봐도 안다. 그러나 준비 안 된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당황하게 되고 어찌 할 바를 모른다. 자기 죽음에 대해 직시하며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수많은 죽음을 곁에서 목격한 스님은 말한다.

 

잘 살면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좋은 죽음은 고통 없이 가는 게 아니다. 병들고 고통을 겪는 것은 인력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에게 닥친 고통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느냐로 좋은 죽음이냐 아니냐가 나누어진다.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다. 결국 인간답게 품위 있게 죽는 것은 그가 어떻게 살아왔느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많은 죽음을 보면서 스님이 알게 된 건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 우리는 이 세상에서 수행자로 살아간다.

둘째, 현재의 삶이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모든 여정에 영향을 준다.

셋째, 자신이 지은 만큼 받게 되는 인과응보의 법칙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스님이니까 당연히 불교의 사생관이 담겨 있다. 기독교라면 다르게 말할 것이다. 종교가 가리키는 내세는 죽음의 불안을 극복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다음 생을 믿지 않더라도, 죽음이 한 개체의 완전한 소멸임을 받아들이더라도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이승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 않도록 마음을 비운다면 굳이 종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

 

죽음이란 숨이 끊어지는 현상이다. 생명이란 호흡에 다름 아니다. 생자필멸(生者必滅), 산목숨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 책 <숨>은 방관자가 아닌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준비가 된 사람은 덜 허둥댈 것이다.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 결국 어떤 것이 잘 사는 삶인지로 돌아온다.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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