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06]

샌. 2012. 5. 11. 15:24

고르게 나누면 복이 되고 남아돌면 해가 되는 것은

만물이 그렇지 않은 것이 없지만

재물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지금 부자가 귀는 좋은 음악을 듣고

입은 주지육림에 진력이 나고

사념에 감동하고 학업을 잊어버린다면

어지럽다 할 것이다.

날뛰는 기운대로 목구멍에 차도록 탐닉한다면

무거운 짐을 지고 산에 오르는 것과 같으리니

가히 고통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재물을 탐하여 우울증을 얻고

권력을 탐하여 갈증을 얻으며

거처가 편안하니 색을 탐닉하고

몸이 윤택할수록 속은 텅 빈 집이 된다면

가히 괴로운 일이라 할 것이다.

부자가 되려고 이(利)를 좇기만 한다면

가득 차서 담장에 갇힐 것이며

피할 줄 모르고 또 달리기를 그칠 줄 모른다면

가히 욕된 일이라 할 것이다.

재물이 쌓여 쓸데없는 것을 가슴에 품고 버리지 못하며

번뇌는 마음에 가득 차고

더하기를 구할 뿐 그치지 않는다면

가히 근심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안에서는 도둑의 겁탈을 의심하고

밖에서는 도적의 해침을 두려워하여

외출하여 홀로 걸어 다니지도 못한다면

가히 무서운 일이라 할 것이다.

이 여섯 가지는 천하에 지극히 해로운 일인데도

모두가 잊어버리고 살필 줄 모른다.

 

平爲福有餘爲害者

物莫不然

而財其甚者也

今富人耳營鐘鼓관약之聲

口함於芻환료之味

以感其意遺忘其業

可謂亂矣

해溺於憑氣

若負重行而上也

可謂苦也

貪財而取慰

貪權而取竭

靜居則溺

體澤則憑

可謂疾矣

爲欲富就利

故滿若堵耳

而不知避且憑而不舍

可謂辱矣

財積而無用服膺而不舍

滿心戚醮

求益而不止

可謂憂矣

內則疑劫請之賊

外則畏寇盜之害

外不敢獨行

可謂畏矣

此六者天下之至害也

皆遺忘而不知察

 

    - 盜跖 3

 

재물욕이 초래하는 여섯 가지 화(禍)를 말하고 있다. 부(富)에 대한 인간 욕망에 대한 경계로 삼을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장자 본연의 취지라기보다는명심보감 스타일에 어울릴 만하다.

 

재물에 대한 욕심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마찬가지였던가 보다. 재화가 고르게 나누어지면 복이 되지만 한쪽에 편중되면 끼치는 해악이 심하다.정작 부자 자신도 화를 입는다.어지러움[亂], 고통[苦], 괴로움[疾], 욕됨[辱], 근심[憂], 두려움[畏]이 그것이다. 겉으로는 화려함과 편익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여섯 가지 병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세상 문제의 근원에는 인간의 탐욕이 자리하고 있다. 또 세상의 많은 지도자들이 인간의 욕심을 이용해 세상을 협동보다는 갈등과 경쟁의 장소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 땅에서 평화롭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돈과 물질에 대한 과다한 욕망은 영혼을 시들게 한다. '부티가 나면 영티가 사라진다.'는 재미있는 말도 있다. 돈이 인간을 타락케 하는 수많은 사례를 우리는 보고 있다. 최근에 조계종 승려들이 호텔에서 도박판을 벌이다가 들통난 사건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 시대의 위기는 영혼의 위기에 다름 아니다. 절제를 통한 영성의 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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