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장가계(1) - 십리화랑, 대협곡

샌. 2016. 7. 1. 12:19

 

갑작스레 장가계를 가게 되었다. 하나투어 여행박람회에서 값싼 장가계 여행 상품이 있어서 아내와 같이 신청했다. 옵션까지 포함하면 별 차이가 없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처음에는 싼 맛에 솔깃했다. 어찌 됐든 그 덕분에 장가계를 구경했다.

 

주위에 보면 장가계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한국 사람만 한 해에 80만 정도가 찾는다고 한다. 실제로 가 보니 현지인과 한국인밖에 없다. 안내문에는 한글이 병기되어 있고, 한국 돈이 어디서든 통한다. 가뭄에 콩 나듯 한둘의 서양인이 보일 뿐이다. 왜 한국에서만 이렇게 소문이 났는지 불가사의할 정도다.

 

인천공항에서 장사(長沙)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중국동방항공편으로 밤 10시 30분에 공항을 떠나 다음날 새벽 3시에 호텔에 도착했다. 잠깐 눈 붙이고 5시 30분에 일어나라고 한다.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모닝콜을 못 들었다. 일어나니 한 시간이 늦은 6시 30분이었다. 부리나케 정리하고 밥 먹고 7시 출발 시간을 겨우 맞추었다. 장사에서 장가계까지는 고속도로로 네 시간을 가야 한다.

 

무엇보다 날씨를 제일 걱정했다. 장가계는 일 년에 200일 가량 비가 내린다고 한다. 재수 없으면 여행 내내 비 구경만 하다 돌아올 수도 있다. 도착할 때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어서도 그치지 않는다. 가이드 말로는 일주일 내내 비 예보가 나와 있다고 한다. 뿌연 차창만큼 기분도 우울해진다.

 

 

처음에 찾은 곳은 십리화랑(十里畵廊)이었다. 이곳은 원래 무릉원(武陵園)으로 불렸고, 장가계(張家界)는 1994년에 새로 지어진 지명이다. 관광지로 유명해진 덕분에 장가계는 인구 160만의 현대 도시로 되었다. 십리화랑은 무릉원 복판에 있는 길이 5km의 계곡인데, 양쪽으로 기암이 솟아있는 절경 지대다.

 

우리는 모노레일을 타고 왕복했다. 옆으로 산책로도 있는데, 걷는 사람이 부러웠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제대로 구경할 수도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풍경이 아쉬웠다. 이런 데는 모노레일 대신 두서너 시간 정도 지유시간을 주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풍경이라면 설악산에 비할 수 있다. 이곳이 훨씬 더 기기묘묘하다. 재미있게 생긴 바위에는 형상에 맞는 이름도 붙어 있다. 그러나 구름에 가려 못 보는 게 많았다.

 

 

십리화랑에 끝에 도착하면 모노레일에서 내려 잠시 시간이 주어졌다. 구름에 가렸다 나타났다 하는 봉우리가 신비했다.

 

 

삼자매봉이라고 한 것 같은데 선명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중국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와 다른 것 같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돈만 벌 수 있다면 어떤 인공적인 시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느냐 마느냐로 오랜 논쟁을 벌였던 우리와는 딴판이다. 웅장한 자연보다 그들이 만든 인공물에 더 감탄할 때가 많다.

 

두 번째로 간 곳은 대협곡(大峽谷)이었다. 버스로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긴 계단과 미끄럼을 이용해 협곡까지 내려간다. 그리고 약 3km 정도 걸는 트레킹이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져서 아예 카메라를 꺼낼 수도 없어졌다.

 

 

수직 절벽은 온통 폭포로 변했다. 처음에는 비를 투덜댔으나 비 때문에 또다른 장관을 즐길 수 있었다. 정강이 아랫 부분은 완전히 흠뻑 젖었다. 조심하는 걸 포기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이곳은 4억 년 전에 바다였다. 지각이 융기해서 육지로 변했고 침식작용으로 이런 대협곡이 만들어졌다. 협곡의 절벽 높이는 400m에 이른다.

 

대협곡을 가로지르는 길이 430m의 유리 다리가 다음달에 개통된다고 한다.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니 새로 만들어진 다리가 하늘에 보였다. 새로운 장관을 선물하겠지만 관광객에게는 옵션 비용이 또 하나 추가될 것이다.

 

 

비 때문에 경치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신나는 물 체험을 했다. 하나를 잃는 대신 다른 걸 얻게 된다.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즐기는 것이 여행의 비법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가계(3) - 황석채, 원가계  (0) 2016.07.02
장가계(2) - 보봉호, 천문산  (0) 2016.07.01
야시장  (0) 2016.06.25
소백산 비로봉과 국망봉  (0) 2016.06.19
강변역에서 올림픽공원으로  (0) 201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