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장가계(2) - 보봉호, 천문산

샌. 2016. 7. 1. 16:42

 

둘째 날 오전은 가게 두 군데 들렀다. 패키지 여행에서 쇼핑은 의무 사항이다. 이젠 그러려니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총 네 번의 쇼핑이 있었다. 물건을 하나도 안 사면 가이드 눈치가 보이긴 한다. 어쩔 수 없이 라텍스 매장에서 배개 두 개를 샀다.

 

이른 점심을 먹고 찾은 곳이 보봉호(寶峯湖)였다. 협곡을 막아 댐을 만들고 물을 가둔 인공호수다. 유람선을 타고 20분 정도 돌아다닌다. 장가계는 토가(土家)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우리 버스 기사도 토가족이었다. 배를 타면 토가족 의상을 입은 아가씨가 타고 노래를 불러준다. 관광객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한다. 거의 관광버스 수준이다.

 

 

이번 여행 코스 중 보봉호가 제일 별로였다. 옵션 비용 30달러 값을 못했다. 잠깐 배를 탔을 뿐이었고, 경치가 볼 만한 것도 아니었다. 원주민인 토가족에게는 큰 수입거리일 것이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구경하기에는 패키지를 따를 게 없다. 나에게 중국 패키지의 제일 큰 문제는 아무래도 쇼핑이다. 이번에도 사흘 중 이틀 오전은 완전히 쇼핑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하루 관광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너댓 시간에 불과하다.

 

두 번째 코스는 천문산(天門山, 1,518m)이다. 다행스럽게 비는 보슬비로 바뀌었다. 시내에서 천문산도 보이기 시작했다. 천문산과 연결되는 케이블카는 특이하게도 시내에서 출발한다. 주택가 지붕을 지나 정상까지 올라간다. 길이가 무려 7,455m로 세계 최장이다. 꼭대기까지 가는 데 30분이 걸린다. 성수기에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서너 시간 기다리는 건 보통이라고 한다. 우리는 비수기에다 날씨마저 궂어 대기 시간 없이 그대로 통과했다.

 

 

비가 잦아들면서 천문산 정상부의 구름은 흩어지고 중턱에만 걸렸다. 그게 오히려 더욱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천문산의 하이라이트는 절벽에 선반처럼 만들어 놓은 귀곡잔도(鬼谷棧道)다. 일부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다. 밑은 수천 길 낭떠러지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죄수들을 동원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발상을 한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내려다보는 경치도 멋있었지만 이런 길을 걷는다는 게 더 재미있었다. 사실 잔도가 아니었으면 이런 경치를 만끽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잔도는 상당히 길게 이어졌다. 그러나 구경하랴, 감탄하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비 때문에 절벽에 다양한 폭포가 생겨났다.

 

 

바라보는 곳마다 수묵화였다.

 

 

이 사람들은 산에 굴을 뚫고 에스컬레이터도 설치했다. 그 길이가 무려 897m다. 내려갈 때는 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천문도에 닿았다. 거기서부터는 꼬불꼬불 산길을 셔틀버스를 타고 하산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나와 천문동을 내려다 본 풍경.

 

 

저녁이 되면서 하늘이 점차 개이기 시작했다. 아래로 장가계 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산에 뚫린 저 구멍이 천문(天門)이다. 자연적으로 생긴 거라지만 워낙 엉뚱한 공사를 하는 중국인이라 혹시 비밀리에 만든 건 아닌지 의심을 해 봤다. 에스컬레이터가 생기기 전에는 999개 계단을 따라 오르내렸다고 한다.

 

 

저녁에는 천문산을 배경으로 하는 야외 공연이 있었다. 자연 환경을 살린 거대한 규모의 뮤지컬이었다. 내용은 견우 직녀 전설과 비슷했다. 무대와 조명은 볼 만했지만, 예술성은 별로였다.

 

우리가 장가계에 감탄하는 건 자연보다 중국인인지 모른다. 천문산만 해도 귀곡잔도, 에스컬레이터, 케이블카는 상상치도 못할 발상이며 규모였다. 더구나 천문산을 비롯해 이런 모든 시설이 개인의 소유라는 것이다. 개인이 장기간 임대하고 투자해서 수익을 낸다.

 

대신 돈이 되지 않는 공공 시설은 아직 허술하기 그지 없다. 장사와 장가계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휴게실에 들렀는데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똥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여자들은 볼일도 못 보고 비명을 지르며 나왔다. 중국의 두 얼굴이었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하마을  (0) 2016.07.11
장가계(3) - 황석채, 원가계  (0) 2016.07.02
장가계(1) - 십리화랑, 대협곡  (0) 2016.07.01
야시장  (0) 2016.06.25
소백산 비로봉과 국망봉  (0) 201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