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엑시덴탈 유니버스

샌. 2016. 7. 4. 09:06

지은이인 앨런 라이트먼의 경력이 특이하다.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론물리학자면서 소설가이다. 매사추세츠공대에서는 과학과 인문학에서 이중으로 강의를 맡기도 했다. 통섭적 인간의 대표라 할 만하다.

 

이 책 <엑시덴탈 유니버스>는 과학과 인문학의 색깔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과학 지식을 기초에 깔면서 예술과 문학의 눈으로 우주를 바라본다. 우리가 우주를 대하는 일곱 가지 관점을 정리했다.

 

1. 우연의 우주[The Accidental Universe]

2. 대칭적 우주[The Symmmetrical Universe]

3. 영적 우주[The Spiritual Universe]

4. 거대한 우주[The Gargantuan Universe]

5. 덧없는 우주[The Temporary Universe]

6. 법칙의 우주[The Lawful Universe]

7. 분리된 우주[The Disembodied Universe]

 

이 중에서 우연의 우주, 대칭적 우주, 거대한 우주, 법칙의 우주는 과학적 색채가 강하고, 영적 우주, 덧없는 우주, 분리된 우주는 인문학적 성찰에 비중을 두고 있다. 우주는 과학 지식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격이다. 물리적 우주 외에 영적 우주도 존재한다. 과학이 닿을 수 없는 영역이 있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우주를 바라볼 때 진실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분리된 우주'편에서는 과학 기술이 우리를 자연, 그리고 우리 자신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요즘은 세상과 접촉할 때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라 텔레비전, 휴대폰 같은 인공 장치를 통해 중재되는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에 가는 것보다 초고화질 화면으로 텔리비전을 보는 게 훨씬 더 생생하다.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육체와 분리된 기계와 장치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일에 차츰 익숙해지고 있다.

 

육체와 분리된 존재 방식은 앞으로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100년 뒤의 우리는 부분적으로는 인간, 부분적으로는 기계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전자 귀를 달게 될지도 모르고, 눈에는 X선과 감마선을 볼 수 있는 특수한 렌즈가 들어갈지도 모른다. 뇌 속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인터넷의 거대한 정보에 곧바로 접속할 수 있을 수도 있다. 불과 수 초 만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단추를 누르면 내가 가고 싶은 국립공원의 산과 나무들이 홀로그램으로 방 안에 등장할 것이다.

 

앨런 라이트먼은 과학의 핵심 교리를 100% 믿는 과학자다. 그러면서 과학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존재하는 공간을 인정한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서로 대립되어 보이는 이 두 요소를 조화시키려 한다. 둘의 공통점은 우주에 대한 경이감과 신비다. 아인슈타인의 말이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체험은 신비다. 신비는 진정한 예술과 과학의 요람에 자리 잡은 근본적 감정이다."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해답을 모르는 세상에 사는 것이 오히려 축복인지 모른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기에 우리는 우주를 바라보며 신비와 경이감에 젖는다. 우주는 아름답고 단순하며 우아하다. 무엇보다 우리 인생과 완벽하게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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