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동적평형

샌. 2016. 7. 13. 11:14

일본의 분자생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가 쓴 책이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일을 소재로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생물학 에세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내용 중에서는 생명을 정의한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다. 그 중심 개념이 책 제목으로 쓰인 '동적평형(動的平衡, Dynamic Equilibrium)'이다. 생명을 기계론적 사고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생명은 결코 부분의 총화가 아니다. 생명의 구성 요소를 모아서 합성한들 생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한다. 바로 에너지와 정보의 출입이다. 모든 생명 현상은 에너지와 정보가 어우러져 만드는 효과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생명은 단순히 자기복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넘어 '가변적이고 영속적인 시스템'이다. 생명은 흘러가는 강물 같은 흐름 가운데 있으며 우리가 계속 먹어야만 하는 이유는 그 흐름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다. 개체는 감각적으로는 외계와 격리된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이크로 단위에서 보면, 우연히 그곳에서 밀도가 높아진 분자가 여유롭게 '머무르는' 상태에 불과한 것이다.

 

생체를 구성하고 있는 분자는 빠른 속도로 분해되며 음식의 형태로 섭취된 분자로 대체된다. 신체의 모든 조직과 세포의 내부는 이런 식으로 항상 변화하며 새로워지고 있다. 우리 몸은 분자 수준에서 본다면 수개월 전의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인 것이다. 분자는 환경에서부터 와서 한때 머무르면서 우리를 만들어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환경 속으로 분해되어 간다.

 

환경은 항상 우리 몸속을 관통하고 있다. 우리의 몸도 끊임없이 통과하고 있는 분자가 일시적으로 형태를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거기에 있는 것은 흐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변하고 간신히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흐름 자체가 '살아 있다'고 표현되는 것이다. 이런 생명의 특이한 현상에 대해 쇤하이머가 처음 '동적평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생명이란 동적인 평형 상태에 있는 시스템이다.

 

동적평형론으로 보면 환경 속의 모든 분자는 우리 생명체 안을 통과하여 다시 환경으로 돌아가는 대순환의 흐름 속에 있으며, 어떤 국면에서도 거기에는 평형을 유지하는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평형 상태에 있는 네트워크의 일부를 잘라내고 대신 다른 부분을 넣거나 국지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일은 언뜻 효율적으로 보일지도 모르나, 결국은 평형계에 부하를 걸리도록 하여 흐름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독립된 개체가 아니다.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흐름의 한 부분으로, 환경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지은이는 생명을 기계적으로 다루거나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동적평형론은 기계론적 생명관에 반대한다. 생명을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대과학의 역작용을 상당 부분 보완해 줄 것이라 믿는다. 동시에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동적평형의 이미지를 그려보며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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