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232]

샌. 2017. 4. 4. 11:04

원헌이 부끄러움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라의 질서가 섰을 때도 국록을 먹고, 나라의 질서가 문란할 때도 국록을 먹는 것은 부끄러운 일일 걸."

 

原憲問 恥 子曰 邦有道穀 邦無道穀 恥也

 

- 憲問 1

 

 

국정 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구속되는 상황까지 이른 작금의 우리나라를 생각한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던 인물 중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변명과 핑계를 일삼거나, 무도(無道)를 선동하고 부채질 한다.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부끄러움이 없는 시대다. 나라의 정신이 썩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인간의 기본 덕목이다. 관료나 정치인에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얼마나 더 철면피가 되고 뻔뻔해져야 하는지를 경쟁하는 것 같다. 미세먼지로 덮인 공기만큼이나 답답한 대한민국이다.

 

여기 나오는 원헌(原憲)은 부자였던 자공과 대비되어 <장자>에도 등장한다. 원헌은 노나라에 살았는데 천장에서 비가 새고 방바닥은 축축한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어느날 화려한 수레를 타고 자공이 찾아와서 물었다. "선생께서는 어찌 이렇게 병들고 지쳤습니까?" 원헌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재산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우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병들고 지쳤다고 한다고 들었네. 지금 나는 가난하지만 병들고 지친 건 아닐세. 대저 세상의 평판이 좋기를 바라면서 행동하고, 작당을 하여 벗이 되며, 남에게 자기를 자랑하기 위해 학문을 하고, 남을 가르치면서 자기의 이익만 좇으며 인의(仁義)를 내건 채 나쁜 짓만 일삼고, 수레나 말을 장식하는 따위의 짓을 나는 참을 수가 없다네."

 

이 말을 듣고 자공은 부끄러움을 느끼며 돌아갔다고 <장자>에는 기록되어 있다. 그런 원헌이 부끄러움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작 물어야 할 사람은 눈을 감고 있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234]  (0) 2017.04.23
논어[233]  (0) 2017.04.13
논어[231]  (0) 2017.03.27
논어[230]  (0) 2017.03.19
논어[229]  (0) 201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