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부자를 질투한다

샌. 2017. 6. 9. 12:17

요사이 부자들은 돈만 많은 게 아니라 교양미도 갖추었다. 전에는 졸부라고 비난하면서 정신적 우위를 자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안 된다. 도리어 부자들이 예의를 갖출 줄 알고 겸손하다. 심지어 착하기까지 하다.

 

부자의 기준은 뭘까? 도시에 빌딩 하나쯤은 소유하고 있고, 월 소득이 3천만 원 이상이 되면 부자 소리를 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 정도 되면 상위 1%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개발 시기에는 갑자기 부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식한 사람이 돈벼락을 맞으면 꼴불견으로 손가락질을 당한다. 그런 행동에 돈 없는 사람은 정신적 자위를 한다.

 

이제 시대는 달라졌다. 부가 대물림하면서 자식들은 수준 높은 교육을 받는다. 어릴 때부터 해외 유학은 필수다. 노는 물이 다른 것이다. 지적이나 정서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일탈해서 망나니 같이 행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세는 아니다. 돈도 많고 교양도 갖추었으니 전처럼 비웃을 수가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유럽과 중국을 비교해 보면 안다. 중국은 졸부 스타일이다. 돈 때문에 겉으로는 아부할지 몰라도, 속으로 중국인을 존경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유럽은 시민 의식 수준이 상당하다. 부러운 것은 경제력이 아니라 그들이 도달한 의식의 단계다. 서구 유럽이나 오세아니아에 여행을 가면 은근히 질투가 난다.

 

주위를 봐도 그렇다. 부자가 인격에서도 우위에 서 있으면 질투가 난다. 나머지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새로운 의미의 계급사회가 고착되어 가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AI 혁명이 진행되면 될수록 혜택을 받는 층과 그렇지 못한 층의 구별이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훗날이 되면 그래도 질투할 수 있을 때가 좋았다고 한탄할지 모른다. 그나마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 있던 시대였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은 아니다. 질투마저 부질없어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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