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과하면 체한다

샌. 2017. 7. 30. 17:07

손발이 차서 집안에서 덧신을 걸치고, 잘 때는 수면양말을 신는다. 혈액 순환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젊을 때부터 그랬는데 나이가 드니 증상이 더 심해진다. 찬 방바닥에 맨발이 닿으면 얼음장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발 운동을 권했다. 발 부딪치기인데 두 다리를 쭉 펴고 발을 모은 다음 뒤축은 고정한 채 앞부분을 좌우로 움직여 부딪치는 운동이다. 발에 자극을 주니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열심히 따라 했다. 다다익선이라고 많이 할수록 좋다고 해서 욕심을 부렸다.

 

장난 같아 보이는 운동이지만 실제 해보면 만만치 않다. 다리 근육을 많이 써야 한다. 언제부턴가 엉덩이 근육이 아파오더니 결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다. 빨리 효과를 보려는 욕심에 너무 과했던 것 같다. 과하면 체한다.

 

늘 잃고나서야 반성한다. 건강만 아니라 모든 게 마찬가지다. "영어 공부에 왕도는 없다." 옛날 영어 참고서 표지를 넘기면 이 격언이 적혀 있었다. 인생의 교훈으로 가끔 생각나는 말이다. 인생에도 속성은 없다. 천천히 순리대로 가야지 서두르다가는 돌부리에 걸린다.

 

아무리 선한 의도여도 무리하면 뒤탈이 생긴다. 그래도 젊었을 때는 좌충우돌하며 저지르는 실수가 인생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서 배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는 후회만 많아질 뿐 별 이득이 없다. 촐랑대서 얻은들 별 것도 아니다.

 

평생을 따라다닌 증상을 이제 와서 고쳐보려 하다니, 내가 어리석었다. 발이 차가우면 양말을 신으면 된다. 지금은 냉담 중이지만 하느님께 구한다면 아마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을까 싶다. "내가 준 것에 만족하며 살아라." 인생의 수다한 부작용은 생긴 대로 살아가지 않아서 나오는지 모른다. 무엇이건 지나쳐서 좋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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