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혼자 있고 싶은 병

샌. 2017. 7. 19. 09:10

혼자 있고 싶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 있고 싶다. 나만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더 혼자 있고 싶어진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귀찮다. 한둘 정도 잠깐 만나는 일이야 괜찮지만 여럿이 모이면 너무 피곤하다. 나는 천성적으로 고독한 동굴인인가 보다. 혼자서 빈둥거릴 때가 제일 행복하다.

 

산에 갈 때도 주로 혼자다. 이유는 없다. 혼자 걷는 게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런 증상이 더 심해졌다. 심지어는 손주가 찾아와도 빨리 돌아갔으면 싶다. 물론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한다.

 

혼자 지낸다고 외로운 건 아니다. 혼자 있는 데 재미를 붙이면 스스로 고독을 선택하게 된다. 선택한 고독은 쓸쓸하지 않다. 내적으로 충일한 고독이 있고, 즐거운 고독도 있다. 나는 고독의 맛을 향유한다.

 

사람이 그리워졌으면 싶은 때도 있다. 누구든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났으면 싶기도 하다. 그러나 나처럼 사는 것 또한 괜찮다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제 체질대로 살면 된다. TV에 나오는 자연인처럼 산속에서 홀로 사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

 

독립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의 사람은 타인을 간섭하거나 간섭 받는 것을 싫어한다. 또한, 세상의 잣대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마찰을 피하려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기 쉽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어쨌든 사회성이 모자란 건 사실이다.

 

뭐든지 지나치면 병이다. 만약 내가 홀아비가 되면 고독사로 신문에 날 사람이라고 아내는 말한다. 매일 옆에서 보고 있으니 가장 정확한 관찰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고독사는 두렵지 않으나 이웃에 폐를 끼칠까 봐 걱정이다. 아내보다 먼저 가든지, 아니면 미리 양로원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자고로 병은 자랑하라고 했다. 사람에게 알려지면 여러 가지 처방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혼자 있고 싶은 병'을 치유할 마음이 없다. 따라서 고칠 가망도 없다. 지금 와서 사교 생활에 신경을 쓴들 무슨 낙이 있을까. 도리어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이다. 어찌할 수 없는 병은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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