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성지(1) - 용소막성당, 후리사공소

샌. 2017. 8. 23. 13:00

우리나라에 있는 천주교 성지를 모두 순례해 보자고 아내와 다짐한지 어느덧 7년이 지났다. 퇴직할 무렵이었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키려 한다. 아내는 열심인 신자이지만, 나는 그동안 냉담으로 변했다. 이번 순례에는 종교적 의미 외에 부부가 국내를 함께 여행한다는 데에도 방점이 있다. 전국을 돌면서 큰 나무를 보고, 지역 명소를 찾아보고, 맛있는 음식도 맛보려 한다.

 

천주교 성지와 사적지는 400여 곳이 된다. 가까운 곳은 당일로 다녀오지만, 먼 곳은 1박이나 2박의 여정이 될 것이다. 3년 정도면 일주를 하지 않을까 싶다. 무겁지 않게 경쾌한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딘다.

 

1. 용소막 성당

 

 

 

 

1904년에 세워진 교회로 강원도에서는 풍수원, 원주에 이어 세 번째로 역사가 오래다. 이곳은 1866년 병인박해 이후 피난 온 몇몇 신자 가족에 의해 교우촌이 형성되었으며 공소 모임이 시작되었다. 지금의 성당 건물은 1915년에 건립되었다.

 

용소막 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소규모 벽돌 성당의 소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성당의 앞 부분에 종탑이 나와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내부는 3랑식 평면 구성을 하고 있다. 용소막 성당은 뜰에 있는 느티나무와 어우러진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5월과 10월의 때를 맞추어 다시 찾아봐야겠다. 용소막 성당은 앞으로도 자주 들릴 곳이다.

 

성모영보수녀회를 설립하신 선종완 신부님이 이곳 출신이어서 유물관이 수녀원에 있다고 들었다. 신부님은 신구교 성경의 공동 번역 주관자셨다. 다음 기회에는 유물관 관람을 신청해야겠다.

 

나는 가능하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번에 용소막 성당을 찾아갈 때도 길이 헷갈리리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더구나 한 달 전에도 간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림IC를 빠져나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반대 방향으로 진입해 버렸다. 잘못된지도 모르고 10분 넘게 달렸다. 영화 '나의 산티아고'를 보면 주인공이 길을 걸으며 하루에 하나씩 삶의 교훈을 발견해 낸다. 나도 흉내를 내 본다. "네 감각을 과신하지 말라!"

 

2. 후리사 공소

 

 

 

백운산 아래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에 있다. 1880년경에 박해를 피해 살던 교우들에 의해 공소가 세워졌으며, 1900년 초에 이곳 후리사로 옮겨왔다고 한다. 이 건물은 1952년에 지었다. 후리사(厚理寺)는 부근에 있던 사찰 이름인데, 지금은 천주교 공소 이름으로 남았다. 절 이름을 그대로 공소명으로 정한 것이 흥미롭다.

 

울타리가 낮으나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옛 건물에서는 소박하면서 정갈한 느낌을 받는다. 군더더기 겉치레가 별로 없다. 옛사람의 삶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화려한 데는 쉽게 끌리지만 곧 싫증이 난다. 이리저리 쏘다니고 마음 둘 바 모르는 현대인이 이런 단순 단정함을 배웠으면 한다.

 

* 백운산 자연휴양림

 

 

인근에 있는 백운산 자연휴양림에 들러 가벼운 산책을 할 만하다. 계곡이 깊다. 용소폭포를 자랑하는데 실제 보면 실망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백운산 정상까지 등산을 할 수도 있다.

 

* 박경리 문학공원

 

 

 

 

박경리 선생은 1980년에 서울을 떠나 원주시 단구동으로 이사 왔다. 여기서 <토지> 4, 5부를 집필하며 1994년에 완결을 지었다. 선생이 옛집이 문학공원으로 잘 꾸며져 있다.

 

 

 

 

선생의 유품.

 

* 농가맛집 토요

 

 

순례 여행을 다니며 그 지역의 맛집을 들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우연히 알게 된 '농가맛집 토요'에서 한식 뷔페로 점심을 했다. 맛과 분위기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외진 곳에 있지만 일부러라도 찾아볼 만한 곳이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 높은 날  (0) 2017.08.30
아내와 남한산성 일주  (0) 2017.08.26
뒷산 버섯  (0) 2017.08.18
남한산성 반 바퀴  (0) 2017.08.11
서리풀 걷기  (0) 2017.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