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성지(2) - 북수동성당

샌. 2017. 9. 8. 10:11

3. 북수동성당

 

 

하늘은 잔뜩 흐리고 보슬비가 내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약속한 날이 되니 비가 뿌렸다. 성지를 찾아가는 길이니 어찌할 수 없음도 넉넉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었다.

 

정조가 죽고 천주교 탄압이 시작되었는데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에서 체포된 천주교인은 수원 화성으로 압송되어 처형 되었다. 순교터는 화성 곳곳에 산재해 있다. 북수동성당은 수원 화성 안의 옛 토포청 자리에 있다. 아마 이곳에 수많은 천주교인이 갇혀 있었을 것이다. 북수동성당은 수원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본당으로 천주교 수원 순교성지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서 공식적으로 밝혀진 순교자는 78위이다.

 

1933년에 폴리(Polly) 신부가 건축한 고딕식 성당이 있었으나 6.25 때 전화로 손상되었고 뒤에 철거되었다. 건물을 재건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하는 것 같다. 폴리 신부는 전쟁 시기에 대전에서 순교하였다.

 

 

 

미사 시간 11시에 맞추어 가서 오랜만에 미사에 합석했다. 거의 3년 만인 것 같다. 비록 성체를 모시지는 못해도 자리에 함께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사 뒤에 성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정원의 잡초를 뽑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신부님의 강론이 흥미로웠다. 잡초 역시 하느님이 만드신 것으로 인간의 쓰임새로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문화재로 지정 받았다는 오래된 건물이 있었다. 지금은 뽈리화랑으로 사용하고 있다. 순교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한 자료들도 있다.

 

 

신부님이 잡초 철학이 배어 있는 십자가의 길. 모기 세례를 받다가 3분도 안 되어 쫓겨났다. 순교자의 얼을 배운다고 성지에 찾아왔는데 모기 때문에 기도도 제대로 못했다. 자가용 타고 와서 미사 참석하고 한 바퀴 둘러보는 걸 성지 순례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자성을 해 보라고 일부러 이런 환경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교훈은 이것이다. "이웃은 결코 내 몸이 될 수 없다."

 

 

십자가의 길에 있는 이 조각 작품은 유럽 수도원에서 옮겨온 500년 된 것이라고 한다.

 

점심은 가보정에서 수원갈비로 했다. 궂은 날씨로 계획 했던 다른 곳은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화성행궁

 

북수동성당에서 걸어 5분 정도 거리에 화성행궁이 있다. 화성행궁은 정조 13년(1789)에 건립되었다. 사도세자의 헌륭원을 13차례나 찾았던 정조는 이곳에서 유숙했다. 건립 당시에는 600여 칸의 정궁 형태로 크고 아름다운 행궁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파괴되었다. 1단계 복원 공사가 끝나고 2단계 사업이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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