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부산 & 대마도(2)

샌. 2017. 9. 15. 10:06

여행을 갈 때 제일 신경 쓰이는 게 잠자리다. 집에서는 혼자 방을 쓰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대개 2인 1실이다. 잠자는 시간이나 습관이 다른 사람과 같은 방을 써야 한다. 더구나 나는 코를 골기 때문에 타인의 잠을 방해할까 봐 걱정이 앞선다. 여러 신경을 쓰다 보면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파트너는 잠을 늦게 드는 친구였다. 잠이 안 와 두세 시가 되어야 잠 든다고 했다. 같이 얘기하다가 잠자는 타이밍을 놓쳤는데 불을 꺼도 이 친구는 10분마다 한 번씩 헛기침을 하며 뒤척였다. 잠이 들었다가도 그 소리 때문에 금방 깨버렸다. 그래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아침 컨디션이 바닥인 상태로 여행을 시작했다.

 

 

 

부산터미널에서 대마도를 향해 9시에 출발했다. 바다는 잔잔해서 배는 곱게 나아갔다. 그래도 바닥에 쓰러져 괴로워하는 승객도 있었다. 1시간 조금 더 걸려 대마도 히타카즈항에 도착했다.

 

히타카츠항은 확장 공사중이어서 입국 수속하는데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사진과 지문을 찍느라 시간이 더 소요 되었다. 일부는 쌍욕을 하며 불평했다. 안내 방송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대마도 당일 여행을 온 사람들은 더 화가 났을 것 같다.

 

 

히타카츠는 우리로 치면 면소재지 정도 규모의 마을이다. 한국 관광객이 이 마을을 먹여 살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투어가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간 데가 대마도 최북단의 한국전망대였다. 여기에는 조선통신사들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1703년에 대마도로 오던 조선통신사 일행이 기상 악화로 배가 침몰해 전원 사망했다고 한다.

 

 

한국전망대에서 보이는 부산 방향의 풍경. 날이 맑았지만 한국 땅은 드러나지 않았다.

 

 

아담한 규모의 미우다 해수욕장.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핀 꽃.

 

 

 

바다의 수호신을 모시는 와타즈미신사. 그래선지 도리이가 바다에까지 세워져 있다. 일본의 신도(神道)의 나라로, 우리와는 의식 구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며 오후 투어가 계속되었다. 대마도는 원래 하나의 섬이었는데, 1905년에 인공 운하를 뚫으면서 상대마도와 하대마도로 나누어졌다. 1904년에 완공된 이 운하는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한다. 이 운하 위에 놓인 다리가 만제키바시[萬關橋]다. 색깔 때문에 '빨간 다리'로도 불린다.

 

 

이즈하라에서 저녁을 먹고 일행은 2차를 갔지만 나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히 숙소는 깔끔했고, 파트너도 바뀌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둘째날은 에보시다케 전망대에 차로 올랐다. 걸어서 올라가는 트레킹이 있는 줄 알았는데 고작 10분 정도의 산책에 그쳐 실망했다.

 

 

 

여기서는 다도해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군사 기지의 구조물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 패키지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무엇보다 쇼핑에 대한 부담이 없어 좋았다. 면세점 방문이 있었지만 중국처럼 물건을 강요하지 않았다. 아내에게 줄 파스 몇 종류를 샀다.

 

 

 

이번 대마도 여행에서 가이드 설명은 온통 애국 모드였다. 찾아보는 유적지 대부분이 그렇게 되어 있다. 일본에서 유학을 했다는 가이드는 일본에서 배울 건 배워야 한다는 적절한 균형 감각도 가지고 있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이 기본에 충실한 삶이다. 우리의 시각에만 갇혀 일본을 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었다.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가네이시성[金石城] 안에 덕혜옹주결혼봉축기념비가 있다. 일본에 끌려간 덕혜옹주는 1931년에 대마도 번주의 아들과 강제 결혼을 하게 되었다. 딸을 하나 두었으나 행방불명 되었고, 덕혜옹주도 지병으로 인해 이혼을 당했다. 슬픈 역사를 한 몸에 떠안은 여인이었다.

 

 

 

조용한 주택가는 한국 관광객이 지나갈 때마다 시끌벅적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대마도에서도 한국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상점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의 관광 매너가 눈에 거슬린 모양이다. 우리가 중국인을 보는 불쾌감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봐도 좀 심한 측면이 있다.

 

대마도 인구는 3만 명이 약간 넘는다. 반면에 대마도를 찾아오는 한국 관광객은 작년에 26만 명이었고, 올해는 40만 명을 넘을 것이라 한다. 전체 관광객의 99.9%가 한국인이다. 대마도 경제의 한 축을 우리가 떠받치고 있다.

 

 

마지막 일정은 일본 정토종 사찰인 수선사(修善寺) 방문이었다. 이곳에 '대한국인최익현선생순국지비'가 있다. 선생은 74세의 고령으로 항일 의병을 일으켰고, 체포된 뒤 이곳 대마도로 유배되었다. 그러나 일본 음식을 거부하며 단식하다가 순국하셨다.

 

좁은 절이 연이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정체를 빚을 정도였다. 절 한켠에 옷을 입힌 보살상이 눈길을 끌었다. 그만한 공경의 표현이라고 한다.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로 만족한 대마도 여행이었다. 마치 국내 여행하듯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대마도는 특별한 풍광이 없이 평범한 섬이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와 악연을 맺어왔다. 과거에는 저들이 건너왔다면, 지금은 우리가 관광객으로 찾아간다.

 

아쉬웠던 점은 수령이 1,500년이나 된다는 '백제 은행나무'를 보지 못한 것이었다. 또한 대마도에는 일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쇼인 삼나무도 있다고 듣고 있다. 패키지에서 내 희망이 반영될 수가 없다. 언제 다시 자유여행을 와야 볼 수 있을 것이다.

 

입국과 달리 이즈하라항에서의 출국은 수월했다. 선조들의 애환이 서린 현해탄 물결은 부드러웠다. 부산역 앞에서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먹은 뒤 SRT를 타고 밤 10시 30분에 수서역에 도착했다. 부리나케 전철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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