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 곽재구

샌. 2017. 10. 21. 08:35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 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 땅 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

미장이 목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또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삿대질을 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

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 뜨고 보는 하늘에 피어날 수 있을까

 

-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 곽재구

 

 

'이매진'일지라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어떤 사회 체제이냐에 따라 인간의 선한 본성이 드러날 수도 있고, 죽어버릴 수도 있다. 경쟁과 착취의 구조는 인간의 마음을 사막으로 만든다. 우리는 그 길로 너무 달려왔다. 사랑의 무지개가 하늘에 피어나는 세상을 과연 볼 수 있을까. 다수가 꿈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아무리 추위가 맹위를 떨쳐도 씨앗은 땅속에서 새봄을 예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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