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62.9kg

샌. 2018. 1. 12. 13:20

 

연초에 떡국을 먹다가 체한 뒤로 열흘 넘게 애먹고 있다. 계속 속이 부글거리며 소화가 안 된다. 나이가 드니 한 번 탈이 나면 여진이 길다.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서니 62.9kg이 찍혔다. 죽을 자주 먹어선지 며칠 사이에 1.5kg이 빠졌다. 작년 한때는 66kg까지 올라갔다. 안 되겠다 싶어 몸무게에 신경을 써 64kg대까지 맞추었다. 사실 62~63kg에서 몸이 가장 가볍게 느껴진다. 이번에 자동으로 다이어트가 되었다.

 

그저께는 아내 등쌀에 병원에 갔다. 의사는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처방할 수 있다면서 당장 검사를 권했다. 단순한 속 부글거림인데 내시경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일단 거부했다. 이왕이면 대장과 같이 검진을 받아보기로 했다.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게 8년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한 달 반 뒤에 예약이 되었다. 환자가 밀려서 진료도 제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사는 차트를 보더니 폐 CT 사진도 찍고 간지방 검사도 받으라고 했다. 3년 전에 폐렴으로 입원했던 기록을 보고 한 말이다. 병원에 가면 무조건 검사다. 환자와 대면하며 증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너무 짧다. 대부분의 체크는 기계에 맡기고 의사 역시 기계적으로 대응할 뿐이다. 뭔가 핵심을 놓치는 것 같다. 현대 의료 제도의 맹점이다. 나는 의사의 권유에 "No!"라고 답했다.

 

병원에 갔지만 약도 처방받지 않고 돌아왔다. 그렇지만 다음 달 내시경 검사를 받게 된 소득은 있었다. 겸해서 2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건강검진도 받기로 했다. 병원 출입을 멀리하는 나는 국가 건강검진을 안 받은 지도 10년이 되었다. 직장 다닐 때는 의무적으로 해야 했지만, 퇴직한 뒤로는 무시했다. 내 몸을 시스템에 의지하기 싫다는 어떤 원초적 거부감이 나에게는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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