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두 달만의 뒷산

샌. 2018. 2. 18. 15:42

 

올겨울은 바깥나들이가 뜸했다. 추웠다는 핑계를 대지만 실은 게을러진 탓이었다. 날씨 불문하고 바지런하게 쏘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이 계절은 겨울잠 자듯 웅크리고 있는 것도 괜찮다. 군불 뜨듯하게 지피고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책 보며 빈둥거리던 지난 겨울이 그리워진다. 이젠 그럴 고향집도 없어졌다.

 

뒷산에 올랐다. 지난 걸음 이래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이렇게 오랜만에 찾아도 뒷산은 부담이 없는 산길이다. 오르막에서도 호흡이 성마르지 않다. 뒷산은 늘 푸근하다. 뒷산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이번 명절은 동생이 귀향하고 나서 맞는 첫 번째 설날이었다. 막내와 조카네가 못 내려와서 두 형제만 단출하게 차례를 올렸다. 정말로 뭣이 중헌디, 다른 무엇보다 형제끼리 우애 있게 지내는 게 먼저일 것이었다. 내 노릇을 제대로 못 하는 원인도 있어 안타까우면서 답답했다.

 

그러나 잊어야 할 것은 잊어야 하고, 무시할 것은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헷갈려서는 안 된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 산길에는 새 소리가 다정했다. 토닥토닥 도닥여주는 뒷산이었다. 고마워, 뒷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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