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이탈리아(2) - 베네치아

샌. 2018. 3. 18. 14:33

3월 10일, 이탈리아 여행 셋째 날이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가는 날이어서인지 하늘은 잔뜩 흐리고 가랑비가 뿌린다. 비 오는 날 베네치아 관광은 최악이라는데 제발 많은 비만 내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베네치아(Venezia)는 바다 위에 세워진 경이로운 도시다. 베네치아의 역사는 6세기에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의 피난민이 열두 개의 섬에 마을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그 뒤 베네치아는 해상 무역의 중심지가 되면서 번영을 누리게 된다. 10세기의 베네치아 공화국은 이탈리아 도시 국가 중 가장 부강한 나라였다. 15세기까지 황금기를 구가하던 베네치아는 이후 쇠락해 간다. 지금은 110여개의 섬들이 400개가 넘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3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실제 베네치아에 가면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바다 위의 작은 섬들에 어떻게 이런 도시를 건설했는지 경이롭다. 자동차는 없고 교통 수단은 곤돌라라고 불리는 작은 배다. 그래서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베네치아 관광은 수상 버스를 타고 두칼레궁전 부근에 있는 선착장에 내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 만난 베네치아는 마치 거대한 영화 세트장 같다.

베네치아에는 유명 예술인과 관련된 건물이 많다. 이 성당은 비발디가 세례를 받은 곳이다. 비발디는 베네치아 사람으로 '사계'도 이곳에서 작곡했다. 베네치아에서는 매년 비발디 연주회가 열린다고 한다.

해변을 따라가는 거리에 에마누엘레 2세 동상이 있다. 에마누엘레 2세는 외세에 맞서 분열된 이탈리아를 통일시킨 국민의 영웅이다. 그는 사르데냐 왕국의 왕이였다가 1861년에 초대 이탈리아의 국왕이 되었다.

해변에는 곤돌라가 대기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건물은 대운하 건너편에 있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이다.

두칼레궁전과 지하감옥을 이어주는 '탄식의 다리'다. 궁전에서 재판을 받고 감옥으로 가는 죄수들이 마지막으로 이 다리를 건너며 세상의 풍경을 보며 탄식을 했다고 한다. 이 다리는 작은 창문 외에는 양편이 다 막혀 있다. 지하감옥에 갇혀 있다가 홍수가 나서 물에 잠기면 살아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여기서 카사노바의 일화를 길게 전해준다. 이 감옥에서 탈출한 유일한 사람이 카사노바였다고 한다. 카사노바는 수백 명의 여성과 사귀었는데 모든 여성이 그를 사랑했다는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탈출할 때도 여성의 도움을 받았다. 최근의 미투 운동을 보며 인간 관계의 달인인 카사노바를 생각해 본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조무래기들이지 않은가.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많다. 마술쇼를 보여주는 남녀 둘레로 사람들이 빙 둘러 서 있다. 모자에는 동전이 수북하다.

드디어 산 마르코 광장이다.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던 곳 중 하나다. 베네치아는 교역으로 부를 쌓은 도시다. 이슬람 세계와도 교류가 잦았다. 광장에 있는 산 마르코 성당에는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 스며 있다. 외양에서도 이슬람풍이 느껴진다. 산 마르코 성당에는 예수의 제자인 마르코의 시신이 모셔져 있다.

여기서 곤돌라를 타는 선택 관광이 있지만 우리는 포기한다. 덕분에 두 시간이나 되는 자유시간을 얻었다.

광장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산 마르코 성당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대기하는 줄이 길다. 10분 넘게 기다려 입구에 이르렀지만 배낭을 메고 들어갈 수 없다며 보관소에 맡기고 오란다. 헛걸음했나 싶었지만 짐을 맡긴 표를 보여주니 바로 들여보내 준다. 입장료 2유로에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다. 그러나 성당 안에서도 줄이 길다. 내부는 조명 탓인지 어두침침하다.

줄의 끝에는 황금으로 된 제단화가 있다. 황금과 보석으로 성경의 상황과 인물을 묘사한 그림이다. 서양인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지만 내용을 모르는 우리는 그들의 모습이 더 신기하다. 성당 내부를 둘러보는 다른 코스도 있지만 시간이 없어 바로 나오다.

성당만큼 유명한 게 이 종탑이다. 17세기 초에 갈릴레이는 자신이 손수 만든 망원경으로 하늘의 별을 관측했다. 망원경을 하늘로 돌린 최초의 사람이었다. 갈릴레이는 태양의 흑점, 금성의 크기 변화, 목성의 위성 등 천동설의 증거가 되는 여러 개의 발견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베네치아의 유지를 이 종탑 꼭대기로 초청해 밤하늘의 장관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받은 충격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일부는 환영이라며 아예 믿지 않았다. 400년 전 일이다. 베네치아의 종탑은 과학의 역사에서 특기할 만한 장소다. 꼭 와보고 싶었는데 그곳이 여기가 되었다.

아내의 제안으로 종탑 꼭대기에 올라가다. 어디나 줄을 서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종탑 높이는 98m, 엘리베이터로 잠깐이면 올라간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베네치아의 전경이 시원하다. 산 마르코 성당과 광장이 바로 밑에 내려다 보인다.

이 종탑은 888년에 등대를 겸해서 처음 세워졌다. 베네치아를 둘러싼 아드리아해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떠 있다.

종탑에는 다섯 개의 종이 있다. 지금도 울리는지 모르겠으나 종탑 위에 있는 사람은 귀를 막아야할 것 같다.

산 마르코 광장과 성당, 종탑 구경을 하고 주변 골목길을 산책한다. 예쁜 골목길은 이탈리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길 잃을 염려만 아니면 무턱대고 걸어보고 싶다.

집들 사이로 소운하가 미로처럼 얽혀 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실감한다.

비는 그쳤으나 공기는 싸늘하다. 몸도 녹일 겸 작은 카페에 들어가다. 나는 에스프레소, 아내는 핫 쵸코를 시키다.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오다. 이탈리아에서는 볼 일을 보기 위해서 가게를 이용해야 할 때도 있다.

지금까지는 늘 단체로 움직었는데 오랜만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하는 생활은 피곤하다. 식탁에 함께 앉아 대화가 궁해지면 서로가 어색해진다. 그러나 배움은 늘 새로운 경험, 새로운 만남에서 생긴다. 호기심이 없다면 이탈리아에 오지도 못 했을 것이다. 낯 선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돌아갈 때는 대운하를 따라 수상택시를 타고 간다. 수상택시는 10인승으로 일행은 세 대에 나누어 탔다. 가이드의 설명은 무선 송신기를 통해 각자의 귀에 꽂힌 이어폰으로 들린다. 처음 경험해 봤는데 무척 편리하다.

대운하 주변 풍경이다.

베네치아에서 제일 유명한 다리인 리알토 다리 아래를 지난다. 여기가 베네치아의 중심부이고, 베네치아가 처음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목재로 되어 있었으나 1592년에 견고한 석재를 이용해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1800년대 중반까지는 대운하를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다리였다고 한다.

화려한 영화 언젠가는 쇠락한다. 사람이든 도시든 문명이든 예외가 없다. 지금의 베네치아는 저물어가는 도시다. 거리는 관광객으로만 넘쳐난다. 주민의 생계 수단도 대부분 관광에 의존할 듯하다. 더구나 해수면이 높아지면 도시 자체가 물에 잠길지 모른다. 그래도 베네치아는 경이롭다. 불안한 지반 위에 도시를 만든 옛사람의 시도가 놀랍다. 베네치아에서 인간 능력의 위대함을 본다.

오늘 숙소는 베네치아 근교에 있는 포피 호텔이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시설의 호텔이고, 와이파이가 되는 게 좋다.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 북미 회담을 한다는 소식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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