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십리포 소사나무숲(2)

샌. 2011. 1. 29. 11:06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라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인천시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에 있는 소사나무숲을 보면서 시의 그 구절이 떠올랐다.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비틀리고 굽고 한 쪽으로 누운 나무들을 키운 건 팔할 이상이 바람이었다.

 

대부도에 간 길에 일부러 영흥도까지 나가 보았다. 십리포에 있는 소사나무숲을 보기 위해서였다. 5년 만이었다.그러나 이번에는 겨울 칼바람에 잠시 서 있기도 힘들었다. 겨우 사진 몇 장 찍고 뒤돌아나왔다. 척박한 모래밭에서 이런 매운 해풍을 맞으며 100년 이상의 삶을 살아온 이 나무들의 생명력은 도대체 얼마만큼 질긴 것일까?

 

섬사람들은 해풍을 막기 위해 바닷가를 따라 소사나무를 심었다. 다른 나무도 심었지만 다 죽고 결국 소사나무만 살아 남았다. 130년 전 일이었다. 지금 여기에는 소사나무 350여 주가 길게 띠를 이루며 자라고 있다. 인공조림을 한 소사나무숲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이곳은 산림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소사나무는 서어나무의 일종으로 굉장히 생명력이 강한 나무다. 분재로 많이 기른다고 한다. 학명이 'Carpinus coreana Nakai'로 '코레아나(coreana)'라는 이름에서 보듯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십리포해수욕장에 옮겨심어진 소사나무는 다른 곳보다 더 심하게 수형이 일그러져 있다. 나무들은 전체적으로 뭍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센 바람 탓일 것이다. 고단한 백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나무에 남아 있다. 마치 꼬부랑할머니를 보듯 안스럽지만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적응해 나가고 있는 나무의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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