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은고개-남한산성-샘재

샌. 2012. 6. 27. 12:39


남한산성 숲에 든다. 은고개를 들머리로 하여 샘재로 내려온 긴 산길이다. 햇볕은 따가우나 바람 서늘하다.

 

숲에 들면 자질구레한 세상사의 시름은 눈 녹듯 사라진다. 나무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주위는 온통 초록의 바다다.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편안함이 이러할지 모른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온종일 가만히 있어도 지루하지 않겠다. 그러나 길은 앞으로 열려 있고 새로운 길 또한 걸어보고 싶다.

 


벌봉에 이른다. 벌봉[蜂峰]은 바위로 된 봉우리인데 생긴 모양이 벌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무가 우거져 전체 모습이 잘 파악되지 않는다. 벌봉은 높이가 512m로 수어장대(497m)보다 더 높다. 김훈의 <남한산성>에 보면 청나라군이 이곳에서 화포로 성안을 포격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자주 다닌 길이다. 벌봉 아래에서 도시락 점심을 먹고암문을 지나 하남시 천현동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선다. 위례 둘레길 4코스 구간이다.

 



산길이 아니라 보통의 평지를 걷는 것 같다. 남한산성 길 중에서 여기가 제일 부드러운 길이다. 느릿느릿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대신 길다. 샘재까지 내려가는데 7km라고 이정표가 알려준다. 안내나 편의 시설도 잘 되어 있다. 평상이 내 차지가 되어 손발 뻗고 누워 쉬기도 한다.

 


길에는 까치수영이 많다. 그런데 이 까치수영은 꼬리 잘린 도마뱀 같다. 그래도 복스럽게 꽃을 피우고 있다.

 



능선길 끝에는 객산(客山, 301m)이 솟아있다. 여기서는 하남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옛날 마귀할멈이 한양에 남산을 만들려고 이천의 도드람산을 떠서 치마폭에 싸가지고 가던 중, 너무 힘이 들어 이곳에 그냥 놓고 가서 생긴 산으로 객지에서 왔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설악산 울산바위 전설과 닮았다.

 

걷기의 끝은 하남시 천현동 마방집 앞이다. 장마 전 여름의 한 날에 산길을 잘 걸었다. 앞으로 이 길은 내가 애용하는 코스가 될 것 같다. 남한산성을 경유하는 걷기의 들날머리의 하나로 추가시킨다.

 

* 걸은 시간; 5시간 30분(10:30 - 16:00)

* 걸은 거리; 12km

* 걸은 경로; 은고개 - 남한산성 벌봉 - 사미고개 - 객산 - 샘재 - 천현동 마방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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