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바이러스의 습격

샌. 2020. 7. 5. 11:52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향후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3대 요소로 식량 부족, 기후 변화, 전염병 유행을 지목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전염병 유행은 하찮게 생각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정도는 충분히 방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 사태로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전염력이나 치명률이 높은 변종이 나타나면 문명만 아니라 인류 생존마저 위협 받을 수 있다. 인류가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코로나19가 보여주고 있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바이러스 전문가인 최강석 선생이 쓴 바이러스에 대한 안내서다. 중고등학생이면 넉넉히 이해할 정도로 쉽게 쓴 책이다. 책에서는 1918년 스페인 독감부터 2002년의 사스, 2009년의 신종플루에 이르기까지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인류가 겪은 전염병을 분석한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정체는 무엇이고, 자꾸 신종 전염병이 출현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참고로 20세기 이후 발생한 주요한 신종 전염병은 다음과 같다.

 

1918 스페인독감

1953 뎅기열

1976 에볼라 출혈열

1976 레지오넬라증

1981 에이즈

1982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

1997 조류인플루엔자

1999 니파 뇌염

2000 웨스트나일 뇌염

2002 사스

2009 신종플루

2012 메르스

 

우리가 신종 전염병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새로운 바이러스는 없다. 숙주인 야생동물 안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온 것이다. 전문용어로는 '스필오버(Spillover)'라고 한다. 인간에게 발생하는 전염병의 75% 정도가 스필오버로 생기고 있다. 자연이 훼손되고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스필오버의 기회는 증가한다. 앞으로도 인류를 괴롭힐 새로운 전염병이 속속 등장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감기와 독감을 같은 질병으로 착각하는데, 둘은 원인이 되는 병원체가 다르다. 감기는 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키고,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코로나보다는 인플루엔자가 더 위험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인플루엔자로 5천 명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

 

작년 12월에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박쥐 등을 자연숙주로 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고 야생동물을 거래하던 우한 시장을 통해 인간에게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의 메르스는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낙타를 거쳐 인간에게 감염되었다. 코로나19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에 오히려 높은 감염력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신종 전염병은 자연숙주라는 종에서 새로운 숙주로 전염병이 넘어가는 과정을 거쳐서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연숙주라는 거대한 자연 용기 안에서 공포의 바이러스들은 살아가고 있다. 현재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앞으로 얼마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등장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자연을 파괴하는 삶을 바꾸지 않는 한 미지의 바이러스와의 만남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10년 전에 나왔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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