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날마다 구름 한 점

샌. 2022. 10. 1. 10:50

자신을 '구름추적자'라고 부르는 개빈 프러터피니(Gavin Pretor-Pinney)의 구름 책이다. 책 제목처럼 365장의 구름 사진이 실려 있다. 지은이는 2005년에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 책의 구름 사진의 다수는 구름감상협회의 회원들이 찍은 것이다.

 

<날마다 구름 한 점(A Cloud A Day)>은 구름에 관한 종합세트와 같다. 구름 종류에 따른 생성 원리와 여러 광학 현상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사진마다 붙어 있다. 또한 문학 작품에서 인용한 구름에 관한 글, 명화 속에 그려진 구름 등 다양한 구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나도 한 때 구름 사진에 빠진 적이 있었다. 구름을 찍은 필름이 몇 박스가 되었다. 구름 책을 내고 싶은 꿈이 있어서 모아 두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인생의 전환기에 살림을 단촐하게 정리하면서 전부 내다 버렸다. 지금 돌아보면 아쉽기만 하다. 이 책을 보는 동안 나의 한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르며 따라다녔다.

 

구름이라는 'cloud'의 어원은 바위를 뜻하는 영어의 옛말인 'clud'에서 나왔다는 걸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아마 옛날 사람들은 구름을 하늘의 바위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실제 적운은 바위 비슷하게 생겼다. 땅의 바위와 하늘의 적운을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 있는데 둘 사이에 묘한 조화가 느껴졌다.

 

모든 사물은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구름도 마찬가지다. 구름의 유형에는 기본 10가지에 여러 변종들로 나누어져 있다.

 

- 기본: 적운, 층적운, 층운, 고적운, 고층운, 권운, 권적운, 권층운, 적란운, 난층운

- 변종: 렌즈구름, 명주실구름, 탑상구름, 두루마리구름, 조각구름, 파상구름, 방사구름, 벌집구름, 갈퀴구름

- 기타: 비행운, 안개, 흩어짐 흔적, 다이아몬드 가루, 모자구름, 야광구름, 자개구름, 말굽꼴 소용돌이구름, 유방구름, 아치구름, 물결구름, 꼬리구름, 구멍구름, 깔대기구름, 벽구름, 거친물결구름, 삿갓구름

 

구름과 관련된 광학 효과도 있다.

 

- 물방울에 의한 효과: 무지개, 그림자 광륜, 부챗살빛, 안개무지개, 과잉무지개, 거꾸로 부채살빛, 무지개바퀴, 반사무지개

- 얼음 결정에 의한 효과: 22도 무리, 무리해, 해기둥, 천정호, 접호, 수평무지개, 환일환, 외상방호, 영일, 외접무리, 대일효과

-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에 의한 효과: 광환, 무지갯빛

- 전기적 효과: 극광, 붉은 스프라이트, 번개

 

이 책은 우리에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고 말해준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척추가 바로 서 있어 두 눈이 하늘을 쳐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주로 땅만 바라보고 살아간다. 구름은 우리들에게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멋진 하늘의 경관을 선사한다.

 

책에서 갈퀴권운과 함께 소개된 샤를 보들레르의 <나그네>에 나오는 글이다.

 

말해보게, 수수께끼 같은 양반. 그대는 누굴 가장 사랑하는가? 아버지? 어머니? 누이? 형제?

"나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형제도 없습니다."

그런 친구는?

"통 뜻 모를 단어를 사용하시는 군요."

그럼 나라는?

"그게 세상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미인은?

"여신처럼 아름다운 불멸의 여인이라면야 사랑할 수도 있겠지요."

그럼 황금은?

"당신이 신을 싫어하듯, 저도 황금을 싫어합니다."

그렇다면 특이한 나그네여, 자네는 대체 무엇을 사랑한단 말인가?

"저는 구름을 사랑합니다. 저 멀리 흘러가는 경이로운 구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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