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새로운 세상이 다가온다

샌. 2023. 2. 6. 11:46

ChatGPT가 화제다. ChatGPT는 Open AI라서 회사에서 두 달 전에 공개한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이다. 단순한 검색 기능을 넘어서서 인간과 수준 높은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이다. 놀라운 점은 ChatGPT가 시나 에세이, 논문까지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나도 ChatGPT에 연결하여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 보았다. 인간의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방대한 데이터에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남을 볼 수 있었다. 가끔 부정확한 자료가 뜨기도 한다. 그러나 금방 나온 초기 버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

 

ChatGPT에게 시를 하나 쓰게 해 보았다. 요청은 이렇게 했다.

"일몰을 소재로 시를 하나 쓰고 싶어. 석양, 바다, 구름, 외로움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시를 한 편 써 줄 수 있니?"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5연으로 된 시가 만들어졌다.

 

붉은 태양이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하늘에 구름이 퍼지면서

외로움은 밤과 함께 내리고

추억이 살아납니다

 

바다는 붉은빛을 반사하고

높은 곳에서 희미해지는 태양의

오렌지와 핑크와 레드

그 빛이 따스한 포옹을 하듯

 

바다와 하늘, 드넓은 캔버스

황혼의 색조로 칠해진

색과 빛의 교향곡이

부드럽고 고요하게 펼쳐지고

 

고독한 이 순간

고요함과 평화 속에 있는 세상과 함께

나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따스한 위안을 찾습니다

 

그러니 붉은 해가 지게 놔두세요

저녁이 깊어질 때

희미해지는 빛 속에서

내 영혼은 안식에 듭니다

 

튜링 테스트가 있다. 기계의 지능이 인간처럼 독자적인 사고를 하거나 의식을 가졌는지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 확인하는 시험법이다. <특이점이 온다>를 쓴 커즈와일은 2029년께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앞으로 과학 발전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고 ChatGPT 같은 인공지능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기도 급속히 가까워질 것이다. 커즈와일은 2040년 경이라고 예측했다. 그때가 되면 완전히 새로운 문명 단계로 들어설 것이다.

 

ChatGPT가 쓴 시를 보면서 이제는 교내 백일장대회도 사라지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학생이 쓴 건지 AI가 쓴 건지 교사가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인공지능은 우리 삶과 시스템에 엄청난 변혁을 초래할 게 분명하다. 수많은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면서 기존의 직종 중 상당수는 소멸할 것이다. 인간이 대부분의 작업을 인공지능에게 맡기게 될 때 인간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제껏 보지 못한 세상이 도래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고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선택할 자격이 주어지지도 않은 것 같다. 오래전에 읽었던 <지구 유년기 끝날 때>라는 SF 소설이 있었는데, 이제 그때가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지금 커즈와일이 말한 '특이점'이 오는 시기를 살고 있다. 문명의 대전환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으니 행운이라고 불러야 할까, 미래를 바라보는 눈길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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