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코로나 후유증일까

샌. 2023. 6. 11. 10:00

작년 8월에 코로나에 걸렸다. 열흘 동안 격리 생활을 한 후 두 주쯤 지나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사나흘째 되는 날부터 증상(열과 기침)이 심해져서 그 뒤 닷새 정도가 힘들었다. 병원에 가지 않았으니 그런대로 수월하게 통과한 셈이었다.

 

코로나 뒤에는 쉽게 피로해지면서 식욕 부진이 따라왔다. 그리고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왼쪽 머리와 안면에 희미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부가 굳어진 느낌이랄까, 마치 창호지를 얼굴에 붙여 놓은 듯 감각이 무뎌졌다. 손으로 만지면 다른 사람 피부를 만지는 것 같았다. 몸 컨디션에 따라 심하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했다. 일상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니 신경을 끄고 지냈다.

 

이런 증세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으니 어느덧 아홉 달째다. 있는 듯 아닌 듯 미약해서 잊고 사는 때가 더 많기는 하다. 그러나 어느 때는 꽤 신경이 쓰인다. 이상 부위는 왼쪽 얼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심각하게 여길 정도는 아니어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는 않았다. 혹시 코로나 후유증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코로나를 앓고 난 뒤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코로나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증상이나 나타나는 기간이 다양한 것 같다. 어떤 사람은 1년 넘게 시달리는 모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이상 사례를 수집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도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지난달에 아내는 두 번째로 코로나에 걸렸지만 옆에서 생활했던 나는 피해갔다. 감기인 줄 알고 별 걱정 안 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으니 코로나 바이러스에 그대로 노출되었던 셈이다. 코로나에 대한 내성이 있었던 모양이다. 바이러스는 참 얄궂다. 스치기만 했는데 걸리기도 하고, 같이 침대를 써도 아무렇지도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겉으로만 보면 그저 복불복이다. 후유증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증상은 코로나와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병원에 간다고 말끔하게 해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 찜찜하긴 하나 일상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으니 그냥 지낸다. 다른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 코로나 후유증인 게 차라리 나을지 모른다. 70년 넘게 함께 산 내 몸뚱이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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